2024년 11월 23일(토)

"소방관보다 사망률 높은 집배원"…올해만 8명 숨졌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이달 8일 오전 경기 가평우체국 휴게실에서 집배원 용모(57)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집배실장인 용씨는 이날 새벽 출근해 잠시 쉬던 중 뇌출혈로 쓰러졌다. 그는 숨지기 전날에도 빗속에서 택배를 날랐다.


전국집배노조에 따르면 용씨는 올해 들어 숨진 8번째 집배원이다. 위탁택배원이나 지역 우체국에서 일하는 사무직(계리원)까지 포함하면 11번째 사망자다.


이들 중 5명이 과로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숨졌다. 지난해에도 집배원 5명이 과로사했다.


과도한 업무가 집배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자 우정사업본부(이하 우정본부)가 하반기에 100명을 증원하고 내년까지 주 52시간 이내로 근무시간을 단축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집배노조는 보여주기식 대책이라며 반발했다.


결국 집배노조가 이달 28일 집배원들의 과로사를 방치했다면서 미래부장관과 고용노동부장관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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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기준법 근무시간 준수" vs "실제 출퇴근 시간과 괴리"


노사가 근본적 인식 차를 보이는 부분은 현 근무시간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있느냐다.


우정본부는 집배원 근무시간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주당 52시간(법정 근로 40시간+연장 근로 12시간) 테두리 내에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전국 집배원 1만6천여 명의 근무·초과근무시간을 조사한 결과, 주당 평균 48.7시간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신도시 개발지역 등에서 근무하는 7천300여명(46%)의 초과근무시간은 주당 14시간, 이들 중 4천여 명은 15시간으로 근로기준법보다 2∼3시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정본부 측은 "미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도 배달 업무 속성상 하루 2시간 정도 초과근무를 하는 것을 고려할 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집배원과 업무 시간이 비슷하다"고 밝혔다.


집배노조는 우정본부가 근무시간을 축소 발표했다고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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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예산 문제 때문에 초과근무 신청을 실제 업무량보다 적게 신청하거나 초과 시간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조사결과와 현실 사이엔 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관리자가 매일 또는 매월 미리 초과근무시간을 정해놓기 때문에, 하급 직원은 더 일해도 이를 벗어난 초과근무 신청을 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밝힌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5.9시간으로 근로기준법보다 3.9시간, 우정본부 발표보다 7.2시간 더 많다.


이는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전국 41개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집배원 183명의 실제 출퇴근 기록 등을 노동자운동연구소가 분석한 자료다.


◇ "하반기 100명 증원·인력 재배치" vs "4천500명 증원해야"


근무시간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 보니 필요인력 산정 결과도 차이가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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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본부는 신도시 지역 집배원을 늘리고 인력을 재배치하면 업무 과중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올 하반기 100명을 새로 뽑아 일손이 부족한 곳에 보내고, 장기적으로는 인력이 남는 곳의 정원을 줄여 업무량이 과도한 곳으로 재배치한다는 복안이다.


우정본부는 전국 244개 우체국 중 62곳에서 589명이 부족하고, 162곳에서는 590명이 남는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노조는 실제 근무시간을 고려하면 4천500명가량이 충원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집배원 1인당 연간 정규노동 시간은 2천223시간인데, 노동자운동연구소 조사결과 실제로는 2천888시간을 일하고 있어 운영인력 비율이 76.9%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집배원 1만6천여 명과 위탁집배원 2천600명을 합한 수의 23%를 조금 넘는 4천500명을 더 충원해야 과중한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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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노조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전국 모든 시도에서 가구 수가 증가했고, 2030년까지 1·2인 가구 수가 65.7%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재배달 우편물이나 택배까지 합하면 근무시간이 줄어들 수 없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정확한 직무분석과 사회적 협의체 구성 선행돼야"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최근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현재 주 12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가 허용된 통신업에서 집배 업무를 제외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무제한으로 이뤄지는 집배원들의 연장근로를 법으로 제한하자는 취지다.


노조는 2015년 9월부터 재개된 토요 택배를 폐지해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 처리를 장담할 수 없고, 세입 확보 차원에서 토요 택배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우정본부 입장이 강경해 조속한 상황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집배원 과로사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된 상황인 만큼, 전문가들은 정확한 직무분석과 전문가 협의체 구성을 선행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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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업무 강도와 업무 집중 시기, 국민 편익 정도 등을 종합한 합리적인 직무분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면서 "적정한 집배원 인력 충원 범위를 찾는 필요조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인력 충원의 대전제는 '주 52시간 근로 원칙'을 관철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토대로 노사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민 눈높이에도 맞는 인력 운용방안을 마련할 때"라고 덧붙였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신도시가 생기고, 가구와 인구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집배원 적정정원을 산정하는 일은 굉장한 복잡한 일"이라면서 "집배 업무가 공공서비스인 만큼, 전문가가 포함된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미래지향적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본부장은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을 추진 중인 만큼, 중장기적인 일자리 수요를 파악해 정부 정책과 연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체국 집배원, 업무 중 사망률 소방관보다 '2배' 더 높다과로로 사망하는 집배원이 늘어나면서 집배원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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