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 회사에서 7년간 일했는데, 퇴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어요. 회사가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매년 11개월 일하고 그만두게 한 뒤 한달 후에 다시 채용했거든요."
지난해 서울시 노원노동복지센터를 찾은 한 70대 남성의 상담 사례다.
법적으로 만 55세부터는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지 않아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꼼수'다.
22일 서울노동복지센터에 들어온 상담 사례를 분석한 '서울시민과 나눈 노동상담'에 따르면 고령층 노동자도 청년층 못지않게 임금체불·저임금·고용불안 등 열악한 근로조건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0∼20대 청년들은 평균 주 40시간 미만으로 근무하면서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 임금(월 133만원)을 받고 있었지만 70대 이상은 주 53시간 일하면서도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월 131만원만 손에 쥐고 있었다.
다른 연령대와 마찬가지로 70대 이상 고령 노동자도 임금체불 상담 비율이 37.6%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퇴직금(32.3%), 최저임금(22.6%) 상담 비율이 청년층(각각 11.5%·6.6%)보다 월등히 높은 점이 특징이다.
퇴직금은 1인 이상 사업장에서 1년 이상 근무할 경우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하루 평균임금의 30일분을 1년 치 퇴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고령층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돈을 받으면서 일하다 퇴직금마저 떼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주로 용역업체에 소속돼 건물 청소나 경비를 하며, 나이가 들수록 더 열악한 직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특히 경비원의 노동 실태가 고령층 노동의 열악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게 서울노동복지센터의 평가다.
센터에 도움을 요청한 70대 남성은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월 95만원을 받았다. 그만두면서 퇴직금을 요구했더니 회사는 "최저임금과 퇴직금을 안 주려고 나이 든 사람을 쓰는 것"이라며 지급을 거부했다.
또 다른 70대 남성은 12년 동안 경비원으로 일했는데 퇴직금을 6년 치만 받았다며 상담을 신청했다.
장기간 근무하는 데 비해 월급은 턱없이 적었다.
경비원 근무계약서상에는 하루 24시간 중 휴게시간이 8∼12시간으로 돼 있지만, 휴게시간에도 업무지시를 받고 근무하는 사례가 많았다.
매년 인상되는 최저임금에 맞추기 위해 월급과 근무시간은 그대로 두고 서류상 휴게시간만 늘리는 회사도 있었다.
센터에서 상담받은 경비원의 평균 근로시간은 주 56시간이었으며 월 평균임금은 144만7천원이었다.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최저임금 수준의 단시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고, 60대 이상 고령자는 은퇴 시기인데도 생계를 위해 가장 긴 시간을 일하며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다"면서 "사회적으로 격려받고 배려받아야 할 이들이 노동법과 노동행정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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