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101 시즌2 마지막 생방송이 50분 정도 지났을 때, 느닷없이 중간집계라며 11위부터 14위의 연습생 4명이 공개됐다. 이대휘와 윤지성, 배진영, 정세운의 얼굴이 화면에 공개됐고 이 중 세 명은 최종순위 3위, 8위, 10위에 올라 워너원 멤버가 됐다. 중간집계에선 '탈락 위기'였던 연습생 4명 중 3명의 순위가 순위 공개 후 수직 상승했다.
방송 중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이 탈락 위기라고 공개되면, 국민프로듀서는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그 긴장감은 문자투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생방송 중 문자투표 1표는 온라인투표 7표로 산정돼 최종 결과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
제작진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중간순위 공개는 네 명에 대한 투표를 독려한 셈이 됐다. 공정성이 생명과도 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순위를 모두 공개한 것도 아니고, 단 네 명의 연습생만 공개한 이유는 도대체 왜일까.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방송의 연출이라고 이해하기엔 또 다른 연습생들이 감당할 몫이 컸다.
많은 실력자가 안타깝게 탈락했지만, 그중에서도 플레디스 김종현의 탈락은 예상 밖이었다. 김종현은 순위 발표 식에서 두 번이나 1위를 차지하고 팀 내 리더의 역할로 인정받아온 실력자였기 때문이다. 물론 중간순위 공개가 김종현의 탈락의 주된 이유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 중요한 것은 방송을 시청했던 국민프로듀서들의 판단이다.
방송 다음 날 그 판단을 대변이라도 하듯, 김종현이 속했던 그룹 뉴이스트의 3년 전 음원이 음원 차트에 새롭게 진입했다. 실시간차트 1위에도 오르고 20일 현재까지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팀 활동을 접을 만큼 이렇다 할 대중성을 얻지 못했던 뉴이스트로서는 놀라운 성적이다. 김종현 외에도 프로듀스101에 함께 출연해 20위, 13위에 오른 최민기와 강동호가 함께 이뤄낸 기적인 셈. 비록 워너원이 되진 못했지만, 뉴이스트 멤버들은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자신들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새롭게 얻었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 뉴이스트는 워너원 멤버가 된 황민현을 제외한 4인 체제로 활동을 재개한다.
프로듀스101 시즌2는 시즌1의 수치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최고 시청률은 5.2%를 기록했고, 관련 동영상 조회 수는 4억9천만 뷰를 돌파했다. 아직 정산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시즌1 때의 매출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엠넷은 프로듀스101을 통해 연습생들에게 꽃길을 열어줬다고 자평하며 음원 수익도 101분의 1로 배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과연 그 꽃길을 열어준 과정도 신사적이었을까.
중간 순위를 발표해 공정성 시비에 불을 붙였고 2시간여가 걸렸던 순위발표식 동안 연습생들은 꼼짝없이 서 있어야만 했다. 결과가 모두 발표된 뒤 탈락자들은 3개월여 동안 달려온 소감을 말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프로듀스101은 제작진과 출연진, 국민프로듀서가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다. 한쪽이 희생되어야만 한다면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는 서서히 사라질 수밖에 없다. 수많은 연습생에게 '꽃길'같은 프로그램이 되고자 한다면 후에 제작될 수 있는 시즌3에서는 스스로 신뢰를 깎는 상황은 만들지 않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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