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유명 프랜차이즈 맥도날드의 햄버거를 먹은 4살 여자아이가 신장 장애를 앓게 됐다.
지난 20일 KBS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4살 여자아이가 이른바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출혈성 장염과 용혈성 요독 증후군(HUS) 등을 진단받았다.
출혈성 장염은 출혈을 동반한 수양성 설사를 일으키는 질환으로 오염된 햄버거 등 간 고기를 섭취한 경우가 가장 큰 원인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혈성 요독 증후군 또한 지난 1982년 패티를 덜 익힌 햄버거를 섭취한 후 0-157균에 의한 대장균으로 인해 발병한 사례가 있다.
실제 이 여아는 당시 햄버거를 먹은 후 복통과 구토, 혈변 등의 증상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동네 병원에서는 장이 심하게 부었다는 진단을 내렸고, 대학 병원으로 옮긴 이후에도 경련과 췌장염 증세가 나타나는 등 아이의 상태는 심각해져만 갔다.
천만다행으로 상태가 호전되며 지난해 12월 퇴원하긴 했지만 당시 아이의 병원비는 3천만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HUS로 인해 90% 가까이 기능을 상실한 아이의 신장이었다.
최근 건강보험공단에서 신장 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아이에게 평생 투석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분노한 아이의 부모는 맥도날드 측에 보상을 요구했다. 아이를 진단한 의사들 모두 햄버거를 원인으로 의심했기 때문.
그러나 맥도날드는 아이의 부모가 진단서를 제출했음에도 "인과관계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며 보험 접수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맥도날드 측은 "최씨의 상담이 접수된 뒤 곧바로 해당 지점에서 판매된 모든 제품에 대해 점검을 했지만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동일한 제품이 당일에 300개 이상 판매됐지만 최씨와 같은 사례가 신고된 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맥도날드는 "보험 접수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진단서에는 어떤 음식을 먹고 난 뒤 HUS가 발병했다는 식의 구체적인 원인이 적시돼 있어야 보험 접수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떤 의사도 그런 식의 진단서를 쓸 수는 없어 맥도날드 측이 아이의 부모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가정의학전문의는 "진단서는 증상과 함께 검사 결과에 따른 환자의 건강 상태를 증명하는 문서"라며 "환자의 말에 의존해 무엇을 먹고 어떤 병이 걸렸다는 식의 진단서를 쓸 수 있는 의사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맥도날드는 "자사는 식품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으며,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현재 발병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원인 규명을 위한 철저한 조사를 비롯해 어린이와 가족을 도울 수 있는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