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야, 4885! 너지"
영화 '추격자'에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김윤석. 그가 연기한 실존 인물에 대해 알고 있는가.
지난 2004년 21명을 잔인하게 죽인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15년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동안 그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영화 '추격자'의 모티브가 됐던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소개하겠다.
1. 그녀를 찾아라
어린 시절부터 경찰을 동경했던 A씨는 청소년기에 방황하면서 꿈을 포기하고 유흥업에 종사했다.
출장마사지 업소를 운영하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이 고용한 여종업원이 실종되자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경찰의 연락을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었던 A씨는 직접 범인을 잡기 위해 나섰다.
2. "야, 4885!"
그러던 중 지난 2004년 7월 15일 새벽, A씨는 여종업원을 살해한 유영철을 발견하고 추격하기 시작했다.
동료들과 합세하며 유영철을 포위한 A씨는 격투와 혈전을 벌인 끝에 살인마 유영철을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
3. 트라우마
유영철을 체포한 경찰은 사건 경위를 조사하며 현장 검증을 시작했다.
A씨는 유영철과 함께 현장 검증에 동행했고, 이 과정에서 20여 구의 시체를 목격하면서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렸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장 검증 이후 A씨는 연일 악몽에 시달리며 우울증을 앓았지만 심리 치료와 같은 적절한 보상과 조치는이뤄지지 않았다.
4. 은밀한 제안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칠흑 같은 나날을 보내던 A씨는 결국 마약에 손을 대고 말았다.
수년간 상습적으로 대마초를 피우고 필로폰 등 마약을 투약한 그는 수사당국에 체포돼 처벌을 받았다.
당시 검찰은 A씨에게 "국내 마약 조직에 대해 제보해라. 그러면 양형해주겠다"라며 제안했고, 보복에 대한 신변 보호도 보장하겠다며 A씨를 회유했다.
이에 지난 2011년 2월 A씨는 중국 흑사파와 연루돼 국내에 마약을 유통시킨 폭력조직을 적발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제보를 했다.
5.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A씨는 검찰이 마련해준 안전가옥에서 생활한 지 단 3일 만에 괴한에게 습격을 당할 만큼 불안한 생활을 이어갔다.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으며, 이후에도 마약을 끊지 못해 무려 8번이나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2015년 4월 12일 서울 성동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유영철 및 마약조직 검거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이미 세 차례의 선처를 받은 상태다. 이유를 막론하고 마약을 투약한 행동은 그에 상응하는 처벌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마약에 손을 댄 행동은 명백한 범죄이며 어떠한 목적이나 이유로도 합리화할 수 없다. 하지만 누구도 A씨의 고통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현재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