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성희롱 당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도와주지 않은 남자친구에게 실망했다는 사연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자친구가 성희롱 당해도 가만히 있는 내 남자'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사연의 주인공 A씨는 남자친구 B씨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가던 중 황당한 일을 겪었다.
술에 취한 중년 남성이 탑승해 A씨의 옆자리에 앉더니 음흉한 눈빛으로 A씨를 훑어본 것.
이에 불안감을 느낀 A씨는 B씨에게 "자리를 바꿔달라"고 부탁했지만 B씨는 이를 "싫다"며 거절했다.
아니나 다를까 취객 남성은 A씨의 가슴 부분을 뚫어져라 보더니 "맛있겠네"라는 말을 내뱉었다.
그 말을 들은 A씨는 충격에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지만, B씨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도리어 맞은편에 앉아있던 승객 아주머니가 A씨에게 손짓하며 "이쪽으로 와서 앉으라"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A씨가 눈물을 글썽이며 아주머니 옆에 갈 때까지 B씨는 묵묵히 앉아있을 뿐이었다.
화가 난 A씨는 곧바로 지하철에서 내렸다. 그런데 A씨를 따라 내린 B씨의 말이 더욱 가관이었다.
B씨는 "그 정도로 무섭다고 징징대면 피곤하다"며 "혹시 그날이냐. 날씨도 더운데 왜 이러느냐"고 도리어 A씨를 탓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하고 혼자 집으로 돌아간 A씨는 "여자친구가 시선 강간과 성희롱을 당했는데도 남보다 못한 행동을 한 남자친구에게 분노가 치민다"며 "이런 사람과 만난 시간과 돈이 너무 아깝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의 사연에 누리꾼들은 "남자친구가 A씨를 인간적으로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사랑하는 사람이 위기에 처했는데 무시하는 연인은 헤어지는 게 맞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4월 신동아와 오프라인 리서치 기업 '엠브레인'이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20대 성인 여성 중 47.8%가 "성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수많은 여성들은 직·간접적 성희롱을 당한 후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한다.
김소영 기자 so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