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유가족에게 죄송합니다"
"시끄럽다"고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공업용 커터칼로 밧줄을 잘라 작업자를 살해한 서모(41) 씨가 현장검증에서 뒤늦게 눈물을 보이며 사과했다.
지난 15일 살인 및 살인미수 협의로 구속된 서씨는 현장검증을 위해 범행 장소인 아파트에 고개를 숙인 채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서씨는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공업용 커터칼로 밧줄을 자르는 장면을 재연했다.
경찰에 둘러싸여 서씨가 차에서 내리자 숨진 작업자 김모(46) 씨의 큰형(53)은 "네가 인간이냐.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울분 섞인 고함을 외쳤다.
현장에 있던 다른 주민들 역시 서씨를 향해 일제히 원망과 분노를 쏟아냈고 일부 주민은 발을 동동 구르며 가슴을 치기도 했다.
앞서 서씨는 지난 8일 '휴대폰 음악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외벽 작업자 김씨의 밧줄을 끊어 추락해 숨지게 했다.
당시 밧줄은 작업자 김씨가 아파트 외벽에서 온 몸을 지탱하던 유일한 끈으로 밧줄이 끊어지는 순간 김씨는 바닥으로 떨어져 즉사했다.
40분간 진행된 현장검증을 마친 서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반복한 채 뒤늦게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작업자 김씨가 참변을 당한 장소에는 죽음을 애도한 지역민들이 놓고 간 하얀 국화 다발이 놓여져 있었다.
김씨는 아내와 고등학교 2학년부터 27개월된 아이까지 5남매의 행복을 혼자서 책임지고 있던 한 가장이었다.
칠순 노모까지 모시고 지내고 있던 김씨는 부산에 있는 20평짜리 주택에서 전세로 살았다.
현장에서 만난 김씨의 장모 한모(66) 씨는 "과일 노점상을 함께 하기도 했다"며 "이렇게 힘든 일을 하면서도 힘든 내색 한 번 안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막내는 아빠가 언제 오느냐고 말하는데 가슴이 미어진다"며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렸다.
김씨의 장인 권모(66) 씨는 "사위는 힘든 일을 견디면서도 아이들 보는 재미로 늘 성실했고, 웃음을 잃지 않았다"며 "충격을 받았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흐느꼈다.
한편 김씨는 고층 아파트 외벽 작업으로 위험부담이 컸지만 다른 일보다 수입이 더 높아 이 일을 택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