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맞벌이하는 딸 내외를 대신해 손자 셋을 홀로 돌보던 할머니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4살배기 막내 손자가 그만 추락사로 목숨을 잃었다.
'4살 아동 추락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그 안에는 빈곤층 맞벌이와 황혼육아 등 마음 편히 아이를 보살필 수 없는 저소득층 가정의 현실이 담겨 있었다.
지난 10일 오후 6시 30분께 전남 영암군의 한 아파트에서 4살 된 박모군이 14층 아래로 추락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경찰은 키가 1m 남짓한 박군이 1.1m 높이의 베란다 난간을 오르다 이 같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날 박군은 사건 발생 20분 전까지만 해도 외할머니와 함께 있었다.
당시 박군의 외할머니 김모(62)씨는 주말인 토요일에도 일을 나가야 하는 둘째 딸 내외를 대신해 손주 셋을 봐주고 있었다.
김씨는 "셋째 손자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집 밖에서 놀고 있던 손자 둘을 찾으러 나간 사이 사고가 났다"고 경찰 조사에서 밝혔다.
종종 김씨는 큰딸 손주들도 봐주는 등 형편이 어려워 주말에도 일 나가는 자식들을 대신해 아이들을 봐왔다.
박군의 집은 매달 20만원 안팎인 아파트 월세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형편이 빠듯하다.
박군의 아버지 박모씨는 중고 미니버스로 농작물 수확 근로자들을 태워 나르는 일을 하고 있으며 어머니 임모씨는 양파 수확 작업 등으로 근근히 일당 10만원을 번다.
박군의 부모는 평소 정부의 지원을 받아 여성가족부에서 시행하는 '아이 돌봄 서비스'를 이용했지만, 사고가 난 이날 만큼은 친정어머니한테 맡길 수밖에 없었다.
하루 4시간을 넘기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을 뿐더러 주말에는 할증료까지 붙는다.
만약 오전 4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일을 가야했던 박군의 부모가 이날 '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했다면 약 8만원가량이 들었을 것이다.
이는 박군의 어머니의 하루 일당에 버금가는 금액이다. 때문에 박군의 부모는 고령의 노모에게 아이들을 맡겨야 했다.
박군의 외할아버지 임모씨는 "다른 사람에게는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수입이 거의 없는 우리에겐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4살 아동 추락사'는 출산·양육 문제가 저소득층 가정에 초래할 수 있는 비극을 극명히 보여준 사건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통령 직속 기구가 출산과 양육을 동시에 책임지고 다뤄야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양육 시스템 구축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