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삼성 스마트폰 공장에서 일하다 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잃은 30대 남성.
하지만 회사가 그에게 내민 건 미안하다는 사과도, 배상도 아닌 합의금 '350만원'이 전부였다.
지난 7일 노동건강연대는 삼성 스마트폰 부품 업체에서 일하다 고농도의 메탄올에 노출돼 시력을 잃은 전정훈씨의 사연을 전했다.
2015년 9월 인천 남동공단의 삼성전자 스마트폰 부품을 만드는 하청업체에 입사한 전씨는 주 6일 밤샘 근무를 밥 먹듯 했다.
기계에서는 매일 스마트폰 부품을 매끈하게 만드는 메탄올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메탄올이 떨어질 때면 전씨는 보호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이 독성물질을 직접 옮겨 기계 안에 넣어야 했다.
그렇게 메탄올 증기는 전씨의 몸에 조금씩 스며들었고, 그곳에서 일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지난해 1월 전씨는 시력을 잃었다.
갑자기 병원 신세를 지게 된 전씨에게 하청업체는 달랑 '합의서' 한 장을 들고 찾아왔다.
그 안에는 '집에서 일어난 단순 사고에 대해 위로금 350만원을 지급한다. 추후 회사 쪽에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게다가 하청업체 사람들은 합의서에 사인하지 않으면 350만원도 못 받는다며 전씨를 윽박질렀다고 한다.
당시 병원에서도 전씨가 시력을 잃게 된 원인을 밝히지 못했고, 결국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던 그는 합의서에 사인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두달 뒤, 전씨는 우연한 기회로 자신처럼 스마트폰 공장에서 일하다 시력을 잃은 노동자들을 만나게 된다.
그제야 전씨는 본인 역시 '메탄올' 중독 때문에 시력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달 후 같은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다른 직원 역시 동일한 증상으로 쓰러지면서 전씨는 더욱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하청업체 측은 메탄올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숨기며 이를 부인했다.
시작장애 2급을 판정받은 전씨는 "8개월만에 시력을 잃은 이유도, 회사가 나를 속였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정말 화가 많이 났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노동건강연대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씨처럼 스마트폰 부품을 만들다 시력을 잃은 노동자는 6명이다.
이들 모두 삼성, LG 스마트폰 부품공장에서 일하다 메탄올 급성중독으로 앞을 볼 수 없게 됐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노동건강연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피해자들을 찾는 한편, 이들의 피해 보상과 장애 재활훈련을 위해 후원을 받고 있다.
공장에서 일하다 시력을 잃고, 희망마저 놓아버린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전하고 싶다면 다음 스토리펀딩 '누가 청년의 눈을 멀게했나'(☞바로가기)를 통해 후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