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오늘(6일)은 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현충일이다.
대전시에 위치한 국립대전현충원에는 전쟁에서 죽음을 맞이한 군인, 시민을 구하다 목숨을 잃은 경찰 등이 잠들어 있다.
하지만 이들 외에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영웅들이 있다. 바로 한 나라의 평범한 시민에서 다른 이의 목숨을 구하다 의롭게 숨진 '시민 영웅' 48인이다.
오늘 하루쯤은 그들이 남긴 숭고한 희생과 의로운 죽음, 살신성인의 자세를 기리며 잠시 묵념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1. 바다에 빠진 9세 꼬마 살리고 세상 떠난 故 채종민씨
2006년 7월 진도의 한 해수욕장에서 조류에 휩쓸려가는 이모양(당시 9세)을 발견한 故 채종민씨는 주저 없이 바다에 뛰어들어 이 양을 구해냈다.
하지만 채씨는 조류에 휩쓸려 시야에서 사라졌고, 수색 1시간 만에 인근 바닷가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2007년 4월 채씨는 우리나라 제1호 의사상자로 인정돼 대전현충원 '의사상자 묘역'에 잠들어 있다.
2. 남극에서 팀원 구조하러 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한 故 전재규씨
2003년 제17차 남극월동대원팀에 지원해 세종과학기지에서 근무하던 故 전재규씨는 그해 12월 기상악화로 돌아오지 못한 팀원 3명을 구조하러 갔다가 변을 당했다.
전 씨가 타고 있던 보트가 전복되면서 목숨을 잃은 것.
27살이라는 나이에 동료를 구하려다 세상을 떠난 전씨를 기리며 다음 해 외국 연구팀이 발견한 해저화산은 '전재규 화산'으로 이름 지어 졌다.
3. 파도에 휩쓸린 조난자 구하다 숨진 故 정요한씨
성균관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故 정요한 씨는 평소 봉사활동을 자주 다니며 남을 돕는 데 앞장서왔다.
그런 정씨가 말레이시아로 봉사활동을 갔을 당시, 봉사단 여성 3명이 파도에 휩쓸린 것을 발견한다.
정씨는 곧바로 물에 뛰어들어 여성 3명을 구한 뒤 숨을 거뒀다.
4. 유조선 폭발사고로 위험에 빠진 실습생 2명 구하고 세상 떠난 故 심경철씨
2001년 1월 해상 유조선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여성 실습생 2명이 바다 한가운데서 위험에 빠지고 만다.
이에 당시 26살이었던 故 심경철 씨는 구명기구를 던져 여성 실습생을 구했지만, 본인은 그곳을 빠져나오지 못해 숨을 거두고 말았다.
5. 한강다리에서 자살 시도한 여성 구하고 숨진 故 최원욱씨
2007년 7월 당시 25살이었던 故 최원욱 씨는 한강 동호대교에서 술에 취해 자살을 시도하는 여성을 발견하고, 이를 구하려 물에 뛰어들었다.
이후 여성을 물 밖으로 끌어낸 최씨는 자신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숨을 거두고 말았다.
6. 분수대 들어갔다가 쓰러진 친구 구하려다 감전사로 사망한 故 김진호 군
2007년 5월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故 김진호 군은 학교 친구가 광장 앞 분수대에 들어갔다가 쓰러지는 것을 목격한다.
이를 구하기 위해 바로 분수대로 뛰어 들어간 김군 역시 '감전사'로 사망했다.
7. 흉기든 은행 강도와 맞서 싸우다 목숨 잃은 故 도현우 씨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한 은행에 강도가 침입해 여직원들을 흉기로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저지하던 故 도현우씨는 결국 강도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8. 깨진 얼음 사이로 빠진 아이 구하려다 숨진 故 송영희 씨
2007년 충북 단양강변의 얼어붙은 강가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이 갑자기 얼음이 깨지면서 물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를 구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든 故 송영희 씨는 결국 아이들과 함께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에 정부는 살신성인의 용기와 행동을 몸소 실천한 송씨를 2008년 3월 의사상자로 인정했다.
9. 고속도로에서 사고난 차량 속 시민 구하다 다른 차량에 치여 사망한 故 송재훈 씨
2004년 10월 경부고속도로에서 접촉사고를 당한 후 사고 유발 차량의 운전자를 구제하던 故 송재훈 씨.
그러던 중 송씨는 달려오던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그만 목숨을 잃고 말았다.
3년 뒤인 2007년 10월 정부는 위기에 처한 타인을 구하다 숨을 거둔 송씨를 의사상자로 인정했다.
10. 7중 연쇄추돌 사고에서 다른 피해자 구하려다 달려오는 차에 치여 목숨 잃은 故 이궁열 목사
2007년 6월 호남고속도로 추돌사고 현장에서 故 이궁열 목사는 본인도 부상을 입었지만, 다른 부상자를 구하기 위해 사고차량으로 이동하다 유명을 달리했다.
자신보다 타인을 우선시했던 그의 죽음을 기리며 대전시는 이 목사에게 '의로운 시민상'을 추서했다.
11. 물에 빠진 친구 구하려다 숨진 채 발견된 8살 소년 영웅 故 변지찬 군
의사상자 묘역에는 8살 어린 소년 영웅도 영면해있다.
2005년 충남 당진으로 물놀이를 간 故 변지찬 군은 하천에 빠진 친구를 구하기 위해 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물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결국 두 친구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정부는 어린 나이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친구를 구하려 뛰어든 변 군의 희생을 기리며 그를 의사상자로 인정했다.
12. 고속도로 사고자 돕다 뒤따라오던 차량에 치여 숨진 故 황지영 씨, 故 금나래 씨
2009년 8월 서해안고속도로에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사고를 목격한 故 황지영 씨와 故 금나래 씨는 차량 옆에서 수신호하며 구조 작업을 도왔다.
그러던 중 뒤따라 오던 차량에 치여 함께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듬해 두 사람은 '올해의 시민영웅상'을 받으며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13. 화재난 원룸 빌라에서 초인종 눌러 주민 모두 살리고 숨진 '초인종 의인' 故 안치범 씨
2016년 9월 서울 마포구의 한 원룸 빌라에서 화재가 나자 故 안치범 씨는 집집마다 초인종을 누르며 주민들을 깨워 대피시켰다.
하지만 정작 화염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안씨는 질식사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우리는 그를 '초인종 의인'이라 불렀고, 안씨는 의로운 죽음이 인정돼 대전현충원에 잠들어 있다.
이들 외에도 타인의 목숨을 구하려다 숨진 총 48인의 시민 영웅이 대전현충원 의사상자 묘역에 영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