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세월호 미수습자 9명 중 4번째로 가족에게 돌아온 이영숙씨의 소박한 소망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세월호 3층 선미에서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로 발견된 이영숙씨는 "제주에서 아들과 함께 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이루지 못한 채 사고를 당했다.
남편을 일찍 잃은 이씨는 생계유지를 위해 어린 외아들을 시댁에 맡기고 떨어져 살던 중 어렵게 제주도에 일자리를 구해 아들과 함께 살기로 했다.
마침 화물차를 운전하는 지인이 이씨에게 "인천에서 빈 차로 제주로 돌아간다"며 저렴하게 짐을 옮겨주겠다고 했고, 이씨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에 지난 2014년 4월 16일, 1년 뒤 아들과 함께 살기로 한 이씨는 인천에 남아 있던 아들의 짐을 옮기기 위해 세월호에 탔다.
그러나 세월호는 이씨가 그렇게 꿈꿔왔던 제주도에 닿지 못했다. 그리고 참사 당시 이씨는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믿고 다른 사람들이 빠져나간 후에도 자리를 지키다 끝내 탈출하지 못했다.
머지않아 아들과 함께 지낼 수 있다는 이씨의 간절한 소망도 결국 침몰한 세월호와 함께 차디찬 바다에 가라앉고 말았다.
한편 이씨는 발견 당시 신분증과 함께 머리부터 발까지 비교적 온전한 형태로 수습됐다.
이후 지난 5일 세월호 참사 발생 1146일 만에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