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박근혜 정부의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로 출범한 국민안전처가 결국 약 2년 반 만에 문재인 정부에서 해체의 길을 걷게 됐다.
1일 문재인 정부에서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 및 더불어민주당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민주당은 내주 중에 국민안전처에서 해경·소방청을 떼어내 부활시키고 나머지 기능은 행정자치부가 흡수하도록 하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발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에 미숙하게 대응한 책임 차원에서 해체 후 안전처로 흡수된 해양경찰청은 독립한다.
소방 역시 과거 방재와 같은 조직에 묶여 있던 '소방방재청'이 아니라 소방 조직만 별도로 운영하는 '소방청' 형태로 독립할 것으로 전해졌다.
예전에도 이질적인 소방과 방재 조직이 서로 섞이지 못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던 만큼, 규모가 다소 줄어들더라도 소방 조직만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소방과 해경을 독립시켜 재난 현장조직을 확대하고, 청와대를 중심으로 재난대응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겠다는 것은 문 대통령 공약이기도 했다.
소방과 해경 독립 이후 남는 기획조정실·안전정책실·재난관리실·특수재난실 등 기존 안전처 방재와 안전정책 조직은 행자부와 합쳐져 예전 '안전행정부' 체제로 돌아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실·국 단위 조직은 축소되겠으나, 예전 안전행정부 시절처럼 2차관이 부활할 가능성이 크다.
2014년 11월 출범한 국민안전처는 결국 2년 반 만에 간판을 내리게 됐다.
정부 역사상 처음 '안전'만을 책임지는 장관급 부처로 탄생한 안전처는 정부와 지자체 재난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긍정적 효과를 낸 것도 사실이다.
지자체의 재난안전사업을 지원하는 소방안전교부세와 재난안전특별교부세 등을 활용해 2년간 1조7천억원을 넘게 투자했다.
정부의 안전예산 규모 역시 2014년 12조4천억원에서 지난해 14조 6천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신생 부처로서 다른 중앙부처를 이끌면서 컨트롤타워의 역할까지 하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지난해 경주 대지진 등 재난관리에 책임을 지는 부처나 지자체가 별도로 존재할 때 안전처 역할이 모호해져 지휘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결국 청와대가 직접 컨트롤타워가 되겠다는 문 대통령 공약에 따라 안전처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현장 대응 조직인 소방과 해경이 독립하고, 안전처가 행정자치부로 흡수되면 일차 대응책임이 있는 지자체와 업무 조율에는 효율성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행자부 주요 기능인 정부조직, 지방행정, 의전 업무 등에 밀려 안전 정책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는 우려도 나온다.
따라서 행자부에 흡수된 이후로도 안전 관련 업무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운용의 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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