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평생 자식을 위해 헌신한 어버지가 신혼부부 아들 집에서 얹혀살면서 자식 몰래 밖에서 해왔던 일이 밝혀져 눈물샘을 자극했다.
21일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북 경산시에 사는 30대 초반 여성이 시아버지에 대해 올린 가슴 뭉클한 사연이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장문의 글을 올린 A씨는 지난해 결혼해 임신 3개월인 33살 여성이라고 소개했다.
넉넉하지 못한 집으로 시집을 온 A씨는 남편이 아버지를 모시고 살자고 부탁해 한동안 다툼을 벌였다고 고백했다.
큰 아들인 형님댁은 집안 사정도 여유가 있는데 혼자 되신 아버지를 절대 모시지 않겠다고 선언해 따로 모실 자식이 없었던 탓이다.
막내인 자신들은 신혼부부인데 시아버지를 모시는 것에 부담을 느꼈지만 남편의 간곡한 부탁에 결국 함께 살기로 했다.
A씨가 마음을 바꾼 이유는 시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A씨는 몰랐지만 남편이 어렸을 때 교통사고를 당할 뻔 했는데 시아버지가 자신의 몸으로 막아서 아들을 구하고 어깨를 다쳐 장애를 얻게 되셨다고 한다.
그런 사정을 알게 된 며느리 A씨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살뜰하게 모시려고 했는데 시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늘 눈치만 보셨다.
맛있는 반찬을 해드려도 남편에게 주려고 당신은 드시지 않고 사양할 정도로 아버지는 늘 자식들만 생각하신 것.
용돈을 드려도 사용하지 않으시고 모아두었다가 오히려 며느리에게 용돈으로 주시는 시아버지를 보면서 A씨는 늘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시아버지는 아침에 일찍 나가셔서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오시는 것이었다.
며느리 A씨는 그 이유가 궁금했지만 시아버지에게 묻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이웃들에게 '그 이유'를 듣고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시아버지는 길거리에서 박스를 주어서 폐지를 팔아서 돈을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평생 막노동을 하신 탓에 몸도 편치 않으신데 노년에도 자식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으려고 폐지를 줍는 사실을 알게 된 A씨 부부는 결국 오열했다.
A씨는 "비록 지금은 아버님께서 저를 불편하게 생각하시지만 언젠가는 친딸처럼 대해 주실 때까지 정말 잘 할 거에요"라며 "아버님 정말 사랑해요. 오래 오래 사세요"라고 당부했다.
이어 "저도 허리띠 졸라매고 살테니 다시는 그런 힘든 일 안 하셔도 돼요"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