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교육부, 문재인 대통령 지시 무시하고 '검정교과서' 강행한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교육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업무지시를 무시하며 검정 역사교과서 심사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19일 경향신문은 교육부가 "2015교육과정(역사과목) 적용시기 변경을 위한 수정고시를 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업무지시를 사실상 무시한 채 8월 예정인 검정 역사교과서 심사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2일 문 대통령은 지난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를 지시하며 "검정교과서의 집필기간 확보를 위해 현행 2015교육과정 적용시기 변경을 위한 수정고시 등"을 당부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 역사 교과서 폐지' 지시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의 추진 사업이었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사업' 폐기를 지시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를 국·검정 혼용체제에서 국정을 삭제하고 검정체제로 전환하는 행정예고'에는 오는 8월3일까지 완성본을 제출하도록 돼 있는 2018학년도 검정교과서 심사 일정을 중단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교육부가 국정 역사 교과서를 지키기 위해 졸속으로 검정 교과서 개발을 추진한 데 이어 마지막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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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예정에 없던 역사교과서 국·검정 혼용체제를 발표했다. 


이후 오는 2018년 중·고교에서 사용될 검정교과서는 몇 개월 만에 졸속으로 개발과 집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새 장관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변명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과정 적용을 연기하는 것은 새 장관이 와야 결정할 수 있는 일"이라며 "검정 일정을 공고된 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문회 절차 등을 감안하면 새 장관 임명은 6월에나 가능한 상황.


이에 역사학계와 출판사는 교육부가 검정교과서 개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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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교과서 필자인 도면회 교수는 "대통령의 지시를 정상적으로 이해했다면 검정교과서 개발 일정을 중단하고, 새 교과서 적용시기를 2019학년도로 연기할 것인지 2020학년도로 연기할 것인지 새 장관과 논의하겠다고 해야 한다"며 "교육부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출판업계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8월 초 제출이기 때문에 6월 초면 교과서 판본을 다 짜고 조판작업에 들어갈 때"라며 "교육부가 업무지시를 무시하고 밀고 나가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검정 일정이 너무 늦어지면 출판사 측에서는 교육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밖에 없고, 교육부는 이런 상황을 이용하며 시간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국·검정 혼용 방침을 밝히며 느닷없이 검정 개발 일정을 발표한 후 비난이 들끓는 국정교과서를 살리기 위해 검정교과서를 들러리 세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주도한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지난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