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교육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업무지시를 무시하며 검정 역사교과서 심사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19일 경향신문은 교육부가 "2015교육과정(역사과목) 적용시기 변경을 위한 수정고시를 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업무지시를 사실상 무시한 채 8월 예정인 검정 역사교과서 심사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2일 문 대통령은 지난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를 지시하며 "검정교과서의 집필기간 확보를 위해 현행 2015교육과정 적용시기 변경을 위한 수정고시 등"을 당부한 바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를 국·검정 혼용체제에서 국정을 삭제하고 검정체제로 전환하는 행정예고'에는 오는 8월3일까지 완성본을 제출하도록 돼 있는 2018학년도 검정교과서 심사 일정을 중단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교육부가 국정 역사 교과서를 지키기 위해 졸속으로 검정 교과서 개발을 추진한 데 이어 마지막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예정에 없던 역사교과서 국·검정 혼용체제를 발표했다.
이후 오는 2018년 중·고교에서 사용될 검정교과서는 몇 개월 만에 졸속으로 개발과 집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새 장관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변명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과정 적용을 연기하는 것은 새 장관이 와야 결정할 수 있는 일"이라며 "검정 일정을 공고된 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문회 절차 등을 감안하면 새 장관 임명은 6월에나 가능한 상황.
이에 역사학계와 출판사는 교육부가 검정교과서 개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정교과서 필자인 도면회 교수는 "대통령의 지시를 정상적으로 이해했다면 검정교과서 개발 일정을 중단하고, 새 교과서 적용시기를 2019학년도로 연기할 것인지 2020학년도로 연기할 것인지 새 장관과 논의하겠다고 해야 한다"며 "교육부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출판업계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8월 초 제출이기 때문에 6월 초면 교과서 판본을 다 짜고 조판작업에 들어갈 때"라며 "교육부가 업무지시를 무시하고 밀고 나가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검정 일정이 너무 늦어지면 출판사 측에서는 교육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밖에 없고, 교육부는 이런 상황을 이용하며 시간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국·검정 혼용 방침을 밝히며 느닷없이 검정 개발 일정을 발표한 후 비난이 들끓는 국정교과서를 살리기 위해 검정교과서를 들러리 세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주도한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지난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