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에서 끝까지 눈물을 참아가며 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남긴 문재인 대통령의 묵직한 한 마디가 눈길을 끈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노무현입니다'는 지지율 바닥이었던 후보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파란만장했던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다.
해당 영화에는 노무현 캠프 참모 안희정·이광재·서갑원, 노무현의 동지 유시민·배갑상, 청와대 참모 조기숙·강원국·양정철 등 노 전 대통령 곁을 함께 했던 주변 인물 39인의 인터뷰가 담겼다.
특히 영화 후반에 1분여 남짓 등장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터뷰가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해당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참여정부 당시 비서실장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된다.
노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비서실장이라는 타이틀보다 '친구'라는 단어가 먼저 언급된 것은 그만큼 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이 맺어왔던 관계를 잘 보여준다.
생전 노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항상 '친구'라 불렀다.
2002년 대선 후보였던 노 전 대통령이 한 연설회장에서 "제가 아주 존경하는 믿음직한 친구, 문재인을 친구로 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외친 일화는 지금도 많이 회자되고 있다.
당시 그는 "나는 대통령감이 된다. 나는 문재인을 친구로 두고 있다. 문재인은 성공했지만 군림하지 않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오늘도 돕고 있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오늘도 수고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7년, 문 대통령은 영화 '노무현입니다'를 통해 노 전 대통령에게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전한다.
해당 영화에서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차분히 읽은 후 "내가 그분의 글 쓰는 스타일을 안다. 처음부터 이렇게 정제된 글을 쓰시는 분이 아니다. 생각나는 대로 다 써놓고 다듬어 가는 스타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머릿속에서 늘 유서를 생각하고 계신데 우리는 그를 아주 외롭게 두었다"며 착잡한 마음에 말을 잇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제가 유서를 볼 때마다 느끼는 아픔"이라는 말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을 드러냈다.
영화 '노무현입니다'를 연출한 이창재 감독은 문 대통령과의 인터뷰 당시를 회상하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문 대통령은) 성격 자체가 겸손하셔서인지 아니면 늘 자신을 뒷전으로 미루셔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인터뷰는 극도로 서술적이었다"며 인터뷰이로서 어려운 상대였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인터뷰를 끝내고 건물을 나와 차에 오르려던 문 대통령은 꼭 할 말이 있다며 다시 제작진을 찾아왔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영화에 담긴, 고인에 대한 문 대통령의 마음이었다.
이 감독은 "인터뷰를 하면서도 문 대통령은 눈물을 보이지 않으셨다"며 "감정이 북받쳐 오를 때는 구석으로 가 몰래 눈물을 닦고 다시 자리로 오셨다"라고 회상했다.
한편 영화 '노무현입니다'는 번번이 낙선했던 후보 노무현이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과정을 생생하게 되짚는 작품으로 오는 5월 25일 관객들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