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는데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그동안 무엇이 바뀐걸까요?"
1년 전인 2016년 5월 17일 새벽. 강남역 인근 한 노래방 건물 화장실에서 23살 여성 A씨가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경찰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해자 김모(35) 씨는 범행을 저지른 장소에서 약 30분 동안 혼자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여성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가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안겼다.
김씨는 단지 '여자들이 나를 무시한다'며 왜곡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죄없는 여성을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했고 이로인해 '여성혐오'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17일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은 이날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기억하고 있을까.
대학생 이모(25) 씨는 "사회가 변한게 없는 것 같다"며 "나 자신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솔직히 겁이나고 무섭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직장인 김모(32) 씨는 "그날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지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며 "아무래도 여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니 범행 표적이 되기 쉬운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서로 앞다퉈 남녀 공용화장실 분리 설치 의무화 등 개선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예산과 입법이 뒷받침되지 않은 대책들이 대부분이고 민간 건물에 대한 남녀 공용화장실 분리 설치는 법적 강제성이 없어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여성들이 느끼는 위협과 불안감은 여전해 사회안전망에 대한 논의와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한편 대법원 2부는 지난달 13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가해자 김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피해자 부모는 징역 30년이 확정 김씨를 상대로 5억여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