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배수람 기자 = 빚더미에 앉은 가족을 버리고 떠난 엄마가 결혼식을 앞두고 16년 만에 연락이 왔다며 난처함을 호소하는 예비신부의 사연이 소개됐다.
지난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소설처럼 들릴 수 있지만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너무 난감해서 글을 쓴다"며 31살 예비신부 A씨가 조언을 구했다.
A씨는 "어릴 때부터 자동차 정비를 하시는 아빠와 가정주부인 엄마, 동생 둘까지. 넉넉하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자랐다"고 운을 뗐다.
A씨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아버지는 빚을 내서 카센터를 열었지만 원금은커녕 이자도 갚지 못할 만큼 장사가 잘 안됐다고 한다.
그때를 '불행의 시작'이라고 언급한 A씨는 "그 이후로 돈 하나 때문에 엄마와 아빠가 자주 다퉜다"며 "엄마는 아빠가 돌아오시면 그릇을 던지면서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퍼부었다"고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의 모습을 회상했다.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A씨의 아버지는 결국 사채까지 손을 댔고 가난에 지친 어머니는 이혼 후 A씨의 막냇동생만 데리고 집을 나갔다.
3년 뒤 아버지의 카센터가 완전히 문을 닫고 A씨는 가족들과 함께 빚쟁이를 피해 이곳저곳으로 이사를 하며 힘든 나날을 보냈다고 전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A씨는 결국 졸업 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고 아버지는 새 직장을 구해 조금씩 빚을 갚아 나갔다고 한다.
또한 A씨의 동생은 공부 못한 A씨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학업에 매진해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차츰 가정은 평화를 되찾는 듯했다.
현재 A씨는 직장에서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을 약속했고, 아버지는 몇 해 전 새어머니와 재혼해 지방에서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에 발생했다. A씨는 "제 휴대전화 번호를 수소문한 건지 친엄마가 제 결혼날짜를 알고 '식장에 가도 되냐'고 문자가 왔더라"고 밝혔다.
이어 "아직 아버지께는 말씀드리지 않았는데 제 발로 집을 나간 엄마를 저는 보고 싶지도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며 "친엄마는 '자신이 친엄마고 이제는 만나도 되지 않겠냐'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친엄마라는 사람 꼴도 보기 싫은 제가 이상한 걸까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며 한탄했다.
해당 글을 본 누리꾼들은 "가장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 시절 딸을 내친 엄마가 과연 자격이 있냐"며 "돈 때문에 이제 와서 딸을 찾는 걸까 봐 두렵다"고 공분했다.
반면 일부 누리꾼들은 "평생 미안한 마음 안고 살다가 그저 딸의 결혼식이 보고싶을 수도 있지 않냐"며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도 그렇지 부모 자식 사이는 천륜이라고 했다"며 A씨의 사연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배수람 기자 baeba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