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즉각 소집해 북한에 엄중히 경고하고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강조함으로써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의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발신함과 동시에 이를 통해 국민의 안보불안 해소에 방점을 찍고,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핵을 비롯한 대북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NSC 상임위 회의에서 북한의 이번 도발을 "유엔 안보리의 관련 결의의 명백한 위반일 뿐 아니라 한반도는 물론 국제 평화와 안전에 대한 심각한 도전 행위"라고 규정하고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핵실험과 같은 고강도 도발이 아닌 탄도미사일 발사라는 저강도 도발에도 강한 경고를 보낸 것은 우선 국민의 안보불안 불식을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MB) 시험발사 가능성 등 한반도 위기설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새 정부가 단호한 대응 기조를 보임으로써 국민의 불안을 없애는 게 최우선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북한에도 더는 도발을 감행해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지 말라는 강한 경고성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도발을 통해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북한의 전략이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화 병행을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나흘 만에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 것은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일종의 '간 보기'로 판단하고, 초반부터 우리 정부의 '도발 불가' 의지를 천명해 북한의 오판을 막겠다는 신호라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또 "군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어떤 군사도발에 대해서도 대응할 수 있게 철저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기 바란다"며 "외교당국은 미국 등 우방국,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강조한 것 역시 핵 문제를 비롯한 우리 정부의 대북관계 설정을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에 중심을 두겠다는 뜻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겠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지만, 이 역시 주변국과의 공조를 바탕으로 추진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하려는 언급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NSC 회의에서 미국을 두 차례나 언급한 것 역시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토대로 대북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임을 강조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북한이 오판하지 않게 도발에 대해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며 "대화가 가능하더라도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이전 정부와 달리 북한에 대한 압박·제재와 함께 대화 병행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지만, 북한의 태도 변화가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무작정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점을 천명했다는 분석이다.
북핵 등 당면한 위협을 해소하고 나아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는 원칙론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에 앞서 북한 태도 변화를 전제 조건으로 못 박으면서 '선(先) 태도변화, 후(後) 대화'라는 새 정부의 대북 대응 기조를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앞서 대화 기조 강조 속에서도 북한의 계속된 도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피력했었다.
문 대통령은 10일 취임사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겠다.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고 베이징과 도쿄에도 가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며 한반도 안보위기 불식이 최우선 과제임을 천명했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 2월 12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올려 "무모하고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로, 여러 차례 경고에도 도발을 강행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북한이 이런 식의 도발을 계속한다면 김정은 정권의 앞날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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