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최근 노동건강연대는 삼성전자 하청업체에서 갤럭시 시리즈의 부품을 만들다 시력을 잃은 방동근 씨의 사연을 전했다.
동근씨는 지난 2015년 9월 삼성전자의 3차 하도급사업장에 취직했다.
동근씨는 회사에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가공품에 남아있는 메탄올을 에어건으로 제거하는 업무를 맡았다.
업체는 노동자들에게 특수 보안경과 보호 장갑, 방진 마스크 등을 제공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때문에 노동자들의 눈과 피부 등에 메탄올이 직접 닿았고 공기 중에도 유증기 형태로 메탄올이 남아 있어 호흡기로 흡입하게 됐다.
동근씨는 약 4개월 동안 하루 12시간 일했으며 일이 바쁜 경우 한 달에 하루 밖에 휴무를 갖지 못할 정도로 업무량이 많았다.
결국 동근씨는 새해를 맞은 지 20여 일 지나 병을 얻었다.
2016년 1월 21일 오전 밤샘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민동근씨는 몸에 이상을 느꼈다.
그날따라 머리가 심하게 아팠던 동근씨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져 잠을 잤고 오후 7시쯤 일어났다.
잠에서 깬 동근씨가 보는 것은 온통 흑백이었다. 잠을 덜 자서 그렇겠지라고 생각하고 다시 잠을 청한 뒤 자정 무렵 다시 눈을 떴지만 흑백의 세상은 그대로였다.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동근씨는 여자친구와 함께 택시를 타고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새벽 내내 각종 검사가 이어졌지만 결국 날이 밝자 동근씨는 완전히 시력을 잃었다.
회사에서 동근씨를 찾아온 윤 모 이사는 노무사를 구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동근씨 부모에게 버럭 화를 냈다.
"우리가 산재 받게 해주겠다"고 역정을 냈던 윤 이사는 그날 이후로 한 번도 찾아오지도, 연락도 하지 않았다.
동근씨와 같이 일하던 공장의 여성 노동자가 쓰러지자 산업안전보건공단 부천지사는 동근씨의 공장 내 메탄올 농도를 측정했다.
공장 내 메탄올 농도는 2,220ppm으로 기준치의 10배를 웃도는 수치였다.
동근씨를 공장으로 파견 보냈던 업체 대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고 풀려났다. 공장의 실소유주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만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재판부는 이들이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고 치료비 지급과 피해 회복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는 양형 사유를 밝혔다.
공장 측은 동근씨에게 몇 달에 한 번씩 안부를 물었고 그마저도 판결 이후 연락을 하지 않았다.
동근씨가 일하던 공장의 원청업체인 삼성전자는 노동건강연대의 질의서에 "삼성전자는 글로벌 유수 전자회사들이 가입된 EICC(전자산업시민연대) 회원사로서 EICC에서 수립한 행동 규범을 근간으로 '삼성전자 협력사 행동규범'을 제정하고 협력사들로 하여금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협력사에 안전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고자 더욱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올해 서른 살에 눈이 먼 동근씨를 책임지는 곳은 아무 데도 없다.
노동건강연대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악된 동근씨와 같이 스마트폰 부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다 시력을 잃은 노동자는 6명이다.
노동건강연대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피해자를 찾는 한편 이들의 피해보상과 장애 재활 훈련을 위한 후원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 공장에서 노동 중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의 사연과 후원은 스토리펀딩 홈페이지(☞바로가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