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별님 기자 =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고 난 후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번 정권은 인수위를 구성할 시간도 없이 당선되자마자 내각을 꾸려야 하는 등 숱한 어려움에 놓여있다. 하지만 어려움에 놓여있다고 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미룰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왜냐하면 국민들이 새 정부에게 바라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새 정부에게 '적폐 청산', '국민 통합', '소통' 등 여러가지 굵직한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좀 더 세밀한 요구사항도 있다.
바로 소방공무원에 대한 처우 개선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안전을 최전선에서 책임지고 있는 소방공무원은 국민들에게 커다란 존경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받는 처우는 너무나도 부당하다.
국민들은 새 정부에 소방공무원에 대한 처우 개선을 요구함과 동시에 이들의 처우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새 정부가 시작되는 지금이 순간에도 비지땀을 흘리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을 소방공무원들의 처우가 앞으로는 개선되길 바라며 '소방관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한 번 곱씹어보자.
1. 지방직 공무원
소방공무원들의 99%는 국가직 공무원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 속한 지방직 공무원이다.
2016년 기준으로 중앙소방본부 등 국민안전처에 소속된 538명의 소방공무원을 제외한 나머지 4만 3583명의 소방공무원들은 지방직 공무원이다. 지방직 소방공무원에 대한 처우는 매우 열악하다.
예산이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시나 경기도의 소방공무원들의 처우는 그나마 낫다. 하지만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지방으로 갈수록 소방관련 예산은 필요한 예산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방관을 국가직 공무원으로 일원화해 국가의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2. 노후화된 장비들
지난해 말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의하면 모 지역 소방본부가 보유한 소방차량의 24.5%가 내구연한을 초과한 노후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화재 진압 시 입어야하는 방화복도 대부분 노후화됐다.
노후 차량이나 불량 방화복은 반드시 교체되어야 하지만 부족한 소방 관련 예산으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실제로 소방공무원들은 노후화된 소방 장비를 바꾸기는 커녕 도리어 자신의 사비를 털어서 소방장갑을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다.
3. 부족한 인력
앞서 언급한 소방공무원의 수는 5천만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한국의 소방공무원 1명이 담당하는 인구 수는 1,210명으로 미국(1,075명)과 일본 (820명)에 비해 훨씬 많다.
부족한 소방 인력은 곧 소방관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근무 환경으로 이어진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소방관들은 대부분 건강의 이상을 호소하고 있다.
아픈 소방관들이 많을수록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의 수는 적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4. 적은 위험 수당
2016년 기준 소방공무원의 위험 수당은 월 6만원 이다. 목숨을 걸고 화마와 맞서 싸우는 이들의 노고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이마저도 5만원에서 6만원으로 오른 것이다. 겨우 1만원 올리는데 수년이 걸렸다.
화제진압수당은 그나마 나은편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8만원이라는 적은 액수다.
소방관들이 받는 수당은 위험수당과 화재진압수당을 합해도 겨우 13만원에 불과하다.
목숨을 걸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영웅들에게 13만원은 너무나 적은 액수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5. 미비한 트라우마 치료 지원
소방공무원들 10명 중 1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트라우마 치료 지원이 시급하다.
실제로 결혼한 여성 소방공무원들 중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해 유산을 경험하기도 한다.하지만 소방 공무원에 대한 트라우마 치료지원은 여전히 미비하다.
일부 소방본부의 경우 지역 건강증진센터와 연계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에 대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소방 전문병원 설치와 같은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이별님 기자 byul@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