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구명조끼 여기 있다. 빨리 입고 탈출해! 너희들부터 빨리 나가!"
스승의 날을 일주일 앞둔 8일 세월호 자원봉사자 임영호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직 가족들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세월호 미수습자 고창석 선생님의 사진을 올렸다.
고슴도치처럼 머리가 짧아 아이들 사이에서 '또치쌤'으로 불렸던 단원고 고창석 선생님은 3년 전인 지난 2014년 3월 단원고에 부임했다.
부임한지 한달 뒤인 2014년 4월 16일 수학여행단을 인솔하기 위해 세월호에 올라탄 고창석 선생님은 배가 침몰하자 제자들에게 자신이 입던 구명조끼를 벗어 던져줬다.
그리고는 "빨리 배에서 탈출하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며 더 많은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 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것이 고창석 선생님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결국 고창석 선생님은 제자들의 탈출을 돕다가 배에서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하고 실종돼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생존한 제자들은 "선생님이 배에서 탈출하라고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며 우리의 탈출을 도왔다"고 고창석 선생님을 기억하고 있었다.
세월호 자원봉사자 임영호 씨는 "2005년도에 원일중학교 제직 중에 학생휴계실에 불이나는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며 "고창석 선생님은 그때도 가장 먼저 소화기를 들고 뛰어들어가 학생들을 대피시키고 불을 끄셨다"고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고창석 선생님은 단원중 교사였던 아내를 알뜰살뜰하게 챙기기로도 유명했다. 아내가 아침밥을 먹지 않고 출근하면 학교 사이 담장 너머로 간식거리를 챙겨줄 정도로 세심하고 다정한 남편이었다.
아내 사랑이 끔찍했던 고창석 선생님. 세월호 참사 당일 사랑하는 아내에게 "애들을 돌보느라 고생했다. 미안하다"고 보낸 짧은 문자 메시지는 결국 마지막 유언이 되고 말았다.
현재 세월호 미수습자는 단원고 2학년 1반 조은화, 2반 허다윤, 6반 남현철, 박영인, 단원고 교사 고창석, 양승진, 일반인 권재근, 권혁규 부자, 일반인 이영숙 등 9명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네 번째 돌아온 어버이날인 8일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단원고 여학생 객실이 있던 세월호 4층(A데크)에 진입로를 확보하는 등 수색 작업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 5일 사람 정강이뼈로 추정되는 길이 34cm의 유골 1점이 발견된 진도 침몰해역 수중 수색도 계속 이어진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DNA 분석 결과는 약 1개월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수습자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수습된 뼈의 크기와 부위 등은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어느덧 3년. 미수습자 9명이 무사히 하루 빨리 가족들 품으로 돌아올 수 있길 간절히 바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