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좌파 예술인 척결을 지속적으로 지시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30부(재판장 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에 대한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 검사팀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업무 수첩을 공개했다.
특검이 공개한 이 수첩은 박 전 수석이 2013년 8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정무수석으로 일하는 동안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실장의 지시사항을 기록한 것이다.
이날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박 전 수석의 기록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12월 19일 새누리당 최고위 송년 만찬 자리에서 "좌파가 갖고 있는 문화계 권력을 되찾아와야 한다, MB(이명박 정권) 때는 좌파 척결에 있어 한 일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음날 오전 김 전 비서실장 역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좌파 성향 단체들에 대한 지원 상황을 전수조사하고 시정조치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박 전 수석은 "당시 국정 기조가 좌파에 편향된 나라를 바로 잡는다는 것이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회의 때마다 '나라가 많이 좌편향 돼있다"라는 차원의 언급이 많았다"며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는 일부 영화나 연극에 대통령을 조롱하거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존심을 심하게 훼손시킬 정도의 내용이 나오는 것에 대해 개탄하고, 이를 바로 잡아야겠다는 논의가 많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 조윤선 전 장관은 "정무수석 업무를 인수인계받는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고 한 특검의 진술 내용이 언급되자,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