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생활고에 시달리던 무명 배우가 있었다. 그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신에게 들어온 악역을 연기해야만 했다.
하지만 악역 전문 배우였던 그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임신부를 강간하는 역할이 들어온 것이다.
머리로는 이미 배역을 거절했지만 극심한 생활고 때문에 그는 현실과 타협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해 방송된 MBN '속풀이쇼 동치미'에서 생활고 때문에 임신부 강간 연기를 해야 했던 배우 이철민의 사연이 올라와 누리꾼들 사이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이날 이철민은 "결혼을 하자 갑자기 작품이 안 들어오기 시작했다. 결혼하면 생활비가 많이 들지 않냐"며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니깐 단역도 마다하지 못하겠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자존심을 굽혀가며 생활하던 와중에 역할이 하나 들어왔다"며 "임신한 여자를 강간하는 역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철민은 "나는 어린아이랑 여자를 괴롭히는 걸 정말 싫어한다"며 "아무리 악역을 많이 했어도 그런 역할을 해본 적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머리로는 분명 '못 하겠습니다'였던 이철민은 극심한 생활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역할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지금 당장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철민은 "촬영 끝나고 집에 들어갔는데 그때 사실 당시 와이프가 임신하고 있을 때였다"며 참아왔던 굵은 눈물을 흘렸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무명 배우의 비애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뚝뚝 눈물을 흘리던 이철민 역시 벅차오르는 아픔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철민은 "입덧에 지쳐 잠든 아내를 보니까 '내가 왜 결혼을 해서...'라고 생각이 들었다"며 "이때 만큼은 배우자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심경을 고백해 눈물 바다로 만들었다.
연기하는 동안 내내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을 이철민. 가슴 아픈 그의 고백에 스튜디오에 있던 출연진들은 "배우니까.. 배우는 어떡 역할이든 다 하지 않냐"며 따뜻하게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