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배수람 기자 =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를 최대한 이용하면 직장인들이 쉴 수 있는 연휴는 최장 11일이나 된다.
황금연휴의 첫날인 지난 29일 인천국제공항에는 17만 3천여 명의 여행객이 공항을 이용했고 인천공항 측은 총 2백만 명 가까운 여행객들이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근로자의 날을 비롯한 2일과 4일, 8일에 정상 근무하는 회사가 많은 탓에 띄엄띄엄 이어지는 근무로 발목이 잡힌 직장인들은 홀로 집에 머무는 '외톨이'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더욱이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타지에서 생활하는 직장인들은 연휴 기간 동안 월차 혹은 연차를 쓰지 않으면 쉴 수 없어 '황금연휴'는 그저 '징검다리 근무'가 반복되는 불편한 연휴일 뿐이다.
최근 결혼정보회사 듀오는 20~30대 미혼남여 412명을 대상으로 '5월 황금연휴' 계획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10명 중 4명(44.9%) 이상이 '집에서 쉬거나 별다른 계획 없이 보낼 것'이라고 응답했고 이들 중 18.7%는 황금연휴를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징검다리 근무를 이어가는 직장인들은 해당 기간 동안 휴식은 고사하고 다가오는 어버이날 고향을 찾아 부모님을 뵙지 못한다는 생각에 울상이다.
경남 창녕에서 두 달 전 취업해 서울 양천구로 이사 온 김현숙(27) 씨는 취업 이후 처음 가족들과 만날 부푼 꿈을 꿨다가 결국 포기했다.
김 씨는 "'근로자의 날'이 언제부터 근로자들 일하라고 만든 날이 된 지 모르겠다"며 "서울에서 창녕까지 가는 데만 4시간이 넘게 소요돼 오가는 데만 꼬박 하루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쉴 수도 없을뿐더러 하루 쉬고 돌아서면 다시 출근해야 하니 차라리 가지 않는 게 낫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전했다.
또한 어버이날에도 정상근무인 김 씨는 "부모님께 드릴 선물이 계좌로 용돈 부쳐드리는 것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사실 부모님에게는 멀리 사는 자식들 얼굴 비추는 게 가장 좋은 선물 아니겠냐"라고 씁쓸해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일하는 도혜민(27) 씨 역시 오는 9일까지 하루 걸로 하루 일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져 결국 본가인 대구를 내려가 오랜만에 부모님과 고향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던 계획을 무산시켰다.
도 씨는 "연휴가 끝난 다음 주말이나 돼야 짬이 날 것 같다"며 "이번 연휴 동안 쉬지도 못하고 일하는 딸이 안쓰러운지 결국 부모님께서 서울로 올라오시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근로자의 날' 같은 경우는 사실 회사 재량이라 일을 해도 직장인들로서는 할 말이 없다"며 "매년 이렇게 쉬는 날이 일정치 않으면 정부에서 날짜를 분명히 하거나 유동적으로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지난달 23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제조업 250곳을 대상으로 '징검다리 연휴 임시 휴무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54.0%는 평일 하루 이상 쉬겠다고 했지만 30%나 되는 상당수 업체가 하루도 쉬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리고 근로자의 날이었던 지난 1일 경남 거제의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는 협력업체 직원 6명이 추락하는 타워크레인에 깔려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근로자의 날을 휴무일로 정한 삼성중공업은 자사 소속의 1천 명의 필수 인력만 배치한 반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1만 3천 명이 출근해 현장을 지키도록 했다.
노동자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마련된 '메이데이(May-Day)'인 근로자의 날.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근무 환경에서조차 부익부 빈익빈을 겪는 현실의 씁쓸한 단면을 봤다.
대기업과 하청업체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벌어지는 구조적인 격차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배수람 기자 baeba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