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식당2'? 나영석 PD가 하자고 하면 해야죠. 그 고생을 했는데 벌써 잊어버린 거에요.(웃음) 그만큼 나영석 팀이 좋은 겁니다."
'윤식당'이 대박이 난 가운데 얼마 전 윤여정이 다시는 예능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듯한 보도가 흘러나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윤여정은 와전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식당2'를 한다면 더운 데서는 말고 딴 데서 했으면 좋겠어요. 인도네시아는 너무 더웠어요.(웃음)"
'꽃보다 누나'처럼 여행만 하는 것도 아니고, 안절부절못하면서 식당을 운영하느라 진이 다 빠졌었지만 '윤식당' 촬영기는 일흔 여배우에게도 소중한 추억이 됐다.
"내가 '윤식당' 찍으면서 힘들지 않냐고 하니까 신구 선생님이 '내가 나영석이 아니면 나이 팔십에 어디서 이런 예능을 하겠냐'며 고마워하셨어요. 언제 이런 걸 경험하겠냐고 하시는데, 그런 신구 선생님께 배웠습니다. 역시 사람은 고마워할 줄 알아야해요."
--다시는 예능 안 한다고 하셨냐.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며칠 전 신구 선생님 만나서 "제가 다시는 예능 안 한다고 말했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어쩌면 좋냐"고 했더랬다. 그랬더니 선생님 답이 압권이다. "정치하는 애들은 맨날 한다고 했다가 안 하고, 안 한다고 했다가 하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하시더라.(웃음)
내가 연기한 것에 대해 잘했다, 못했다 하는 것은 내가 배우로서 감수해야하는 일이다. 그런데 예능을 했는데 너무 말이 많으니까 속상하긴 하더라.
하지만 나영석이 또 하자고 하면 할거다. 그만큼 나영석 PD를 내가 좋게 봤다. 그 팀도 아주 좋다. 이번 '윤식당'은 이진주 PD- 김대주 작가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그걸 나 PD가 일이 되게 추진을 해준 거다. 팀워크가 정말 좋다.
--'윤식당'의 조합이 환상적이다.
▲그게 나영석의 능력이다. 너무 친한 이들끼리 조합하면 보는 이 상관없이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다 끝날 수 있다. 우리 넷은 다 서로 호감은 갖고 있지만 어느 정도 서먹서먹한 관계다. 나영석이 사람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가 우리를 붙여놓았으니 대단한 거다.
특히 신구 선생님이 신의 한 수 아닌가. 이서진이 첫날 영업하고서 아르바이트생이 필요하다고 한 게 그냥 한 말이 아니었다. 진짜 우리끼리 감당이 안됐다. 그런데 나 PD가 "아르바이트생이 지금 오고 있다"고 하는거다. 그래서 나는 현지에서 우리 통역을 해준 원주민이 오나보다 했다.('윤식당' 통역을 현지 찌아찌아족 남성이 했다. 찌아찌아족은 고유 문자가 없어 한글을 차용해 표기 문자(찌아찌아문자)로 사용하는 인도네시아 소수민족이다.) 그 친구가 덩치가 있고 한국말도 잘해서 급한 김에 그를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했나 했다.
그러다 순간 이순재 선생님이 오시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내가 나영석을 아니까.(웃음) "이순재 선생님 아냐?"라고 했더니 나 PD가 순간 움찔했다고 하더라. 근데 바로 "이순재 선생님은 연극하고 계세요"라고 하길래, 아닌가 보다 했더니 웬걸 신구 선생님이 오신 거다. 선생님이 걸어들어오실 때 내가 너무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주방보조 정유미가 '윤식당'으로 떴다.
▲'윤식당' 최대 수혜자는 정유미다.(웃음) CF도 많이 찍었다. 그래서 내가 유미한테 "1년 동안 밥 사"라고 했다.
유미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영화 몇 편 같이 했고, 엉뚱한 애라는 것 정도 알았다. 내 팬이라는 것도 몰랐다. 근데 그 역시 나 PD의 신의 한 수다.
나는 성격이 되게 급한데 유미는 아니다. 음식이 나오면 나는 유미가 빨리 들고 뛰어갔으면 하는데 레드 카펫 걸어가듯 가더라. 그래서 처음에는 "유미야, 네가 내 며느리였음 우리는 헤어졌어"라고 했다. 그런데 사흘째 되는 날 "아 얘라서 정말 다행이구나" 했다. 둘이 똑같이 급했으면 실수하고 불에 데고 그랬을 거다. 스태프 중에 불에 덴 사람 많다. 내가 급하면 유미가 다 잡아주면서 차분하게 일이 돌아가게 했다. 그걸 보고서 유미한테 "유미야 우리는 같이 살아야겠다"고 했다.(웃음)
유미가 또 준비를 많이 해왔다. 나를 잘 아는 영화 프로듀서가 유미에게 내 정보를 많이 줬다. 그래서 유미가 날 살뜰히 케어할 수 있었다. 최고의 주방보조였다.
--연기생활 50년이 넘었다. 과거 "배우는 돈이 절실할 때 제일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했었다.
▲지난 50년이 꿈결 같다. 어제 같다. 근데 작년에 50주년 행사를 할 때 좀 부끄러웠다. 50년이나 됐는데 연기를 이렇게밖에 못하는 건 망신 아닌가 싶었다.
38세부터 50대 후반까지 절실함에 연기했다. 돈이 절박해서 콩 주워 먹듯이 들어오는 배역은 다 해야만 했다.
하지만 환갑이 되면서 "이제부터는 역할을 골라서 하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사치가 그것 아니겠나. 지금은 매너리즘에 안 빠지는 선에서 내가 할 수 있고 할 만한 것들을 고른다. 평범한 엄마 역은 피하려고 한다. 그러려면 기다려야 한다. 돈을 포기하든 뭔가를 희생하면서 좋은 배역이 오기를 기다려야한다. 나를 선택해준 이들에게는 백배 천배 노력해서 연기로 갚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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