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이 휴대전화 한글 입력방식을 개선, 띄어쓰기의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키보드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경기도 고양시 백마고등학교 3학년 김규리(18) 양.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키보드 앱은 약 150년 전 미국의 발명가인 크리스토퍼 숄즈에 의해 발명된 타자기 방식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자판 방식인 쿼티 키보드(두벌식) 자판으로, 이 키보드를 이용해 띄어쓰기하려면 키보드의 맨 아래에 놓인 스페이스 키를 이용해야 한다.
김양은 지난해 가을 부모님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가 '왜 띄어쓰기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고, 쉽게 띄어쓰기 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에 빠졌다.
김양은 고민을 하던 중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작성할 때 터치한 글자 자판이 트랜스포머 변신 로봇처럼 스페이스 키로 바뀌면 멀리 있는 스페이스 키까지 왔다 갔다 할 필요가 없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김양은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전문 프로그래머를 찾았다. 그리고 6개월여 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기존의 쿼티 키보드 자판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띄어쓰기의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키보드인 '쿼티 스페이스 키보드' 앱을 개발했다.
기존에 '나'라는 글자를 입력하고 띄어쓰기를 하려면 '나'의 모음인 'ㅏ' 자판을 누른 뒤 다시 키보드 맨 아래에 놓인 스페이스 키를 눌러야 했지만, 김양이 개발한 앱은 'ㅏ' 자판을 한 번 누르면 'ㅏ' 자가 입력이 되면서 임시로 '스페이스 키'로 전환이 된다.
집안의 전기 스위치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스위치를 누를 때마다 켰다 껐다(on - off - on - off)가 계속 반복되듯이 키보드 자판도 터치할 때마다 '글자판-스페이스 키-글자판- 스페이스 키'가 계속 반복된다.
이런 방식을 토글(Toggle)이라고 하는데, 이 방식에 따르면 글자 자판을 터치해 문자를 입력하면 터치한 자판이 곧바로 '스페이스 키'로 바뀌게 된다.
띄어쓰기할 경우 방금 누른 자판을 제자리에서 다시 터치만 하면 되기 때문에 스페이스 키를 쳐야 할 필요가 없어진다.
스페이스 키까지 왔다 갔다 하는 시간과 거리를 절약하고 스페이스 키에 인접해 있는 다른 자판을 잘못 터치해 발생하는 오타까지 방지하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를 그대로 적용하다 보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똑같은 자판을 누르면 누를 때마다 자판의 글자와 띄어쓰기가 교대로 바뀌게 되는 원리 때문에 '국가' 와 같이 앞글자의 종성(받침)과 뒷글자의 초성(첫 글자)이 똑같은 글자의 경우 뒷글자의 초성이 입력되는 대신에 '국 _ ㅏ'와 같이 잘못 입력되는 문제가 발생한 것.
김 양은 이 문제도 해결했다.
즉 앞에 글자(국)가 오고, 뒤이어 띄어쓰기( _ )가 오고, 모음(ㅏ) 이 오면 "앞의 종성(받침)을 복사해서 띄어쓰기 대신에 바꾸라"고 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또 'ㅋㅋ' 'ㅠㅠ'와 같은 의성어를 입력할 경우 'ㅋ _ ' 'ㅠ _ '와 같이 입력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 경우도 별도의 알고리즘을 적용해 'ㅋㅋ' 'ㅠㅠ' 와 같이 정상적으로 입력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앱은 지난 2월부터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무료로 보급되고 있는데 현재 40만 다운로드를 기록 중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더블 키보드'를 검색하면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앞서 김양은 2013년 1월 삼성 휴대전화의 한글 입력방식인 천지인 키보드를 개선한 '천지인 더블키보드' 앱을 개발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 앱은 이중모음을 입력할 때 터치 횟수를 줄여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기존보다 1.5∼2배 속도가 빠르고 오타도 줄일 수 있다.
김 양은 "내가 만든 앱을 친구들이 사용해보고 너무 편리하고 신기하다는 반응이 많았다"면서 "앞으로도 쉽고 편리하게 한글을 입력할 수 있도록 키보드를 개선하는 일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래희망에 대해 김양은 "국어교사나 드라마 PD, IT 사업가 등 하고 싶은 일이 많다"면서 "많은 사람이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한글을 올바르게 사용하는데 이 앱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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