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정희정 기자 = 마지막까지 연기에 대한 혼을 놓지 않았던 배우, 고(故) 김영애의 별세 소식에 많은 이들이 슬퍼하고 있다.
지난 9일 췌장암으로 향년 66세 나이에 세상을 떠난 고 김영애. 고인은 46년 동안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170여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한 고 김영애.
고인은 작품마다 김영애 표 연기를 선보이며 유일무이의 배우로 자리 잡은만큼 연기에 대한 열정도 남달랐다.
췌장암 투병중에도 연기를 놓지 않은 고인은 한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죽음을 앞두고 아까운 건 없다"면서도 "연기는 좀 아깝긴 하다. 그것 말고는 미련도, 아까운 것도 없다"고 말해 천생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연기를 하다 죽을 것"이라고 평소 입버릇 처럼 말하며 배우소임을 다한 고인이 생전 남겼던 애잔한 명대사들을 모아봤다.
1. 영화 '변호인' - "니...변호사 맞제? 변호사님아, 내 좀 도와도"
영화 '변호인'에서 부림 사건 피해자 대학생(임시완 분)의 어머니인 '국밥집 아지매'로 열연했다.
임시완이 고문 당하자 변호인(송강호 분)을 찾아가 도와달라고 오열한 고인.
고인의 어머니 연기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2. 드라마 '로열 패밀리' - "저거 치워"
드라마 속 재벌 그룹의 실세로 냉철한 마인드를 가진 '철의 여인'으로 등장했다.
무시하는 며느리(염정아 분)에게 언제나 차가웠던 시어머니이자 냉정한 재벌 연기를 펼쳤다.
3. 드라마 '닥터스' - "밥 먹는데 무슨 자격이 필요해? 숨 달려있으면 먹으면 되는거지"
유치장에 있는 손녀(박신혜 분)가 "죄 지은 놈이 밥 먹을 자격이 없다"고 말하자 김영애가 한 말이다.
김영애는 박신혜가 누명을 쓴 채 유치장에 갇히자 매일같이 도시락을 싸들고 찾아와 손녀의 무죄를 주장하며 애끓는 할머니 역을 소화했다.
특히 하나뿐인 손녀를 홀로 힘겹게 키우면서 애타는 모정 연기를 선보여 '김영애 표' 연기라는 찬사를 받았다.
4. 영화 '판도라' - "느그들한테 미안하데이 내가 무식해가꼬, 진작에 느그들 말 들을낀데"
영화 '판도라'에서 고인은 원자력 사고로 남편을 잃은 뒤에도 아들을 발전소에 억지로 보내 일을 시킨 악착같은 어머니 역을 맡았다.
그러나 또 발전소가 폭발해 방사능이 유출되면서 며느리와 손자를 데리고 피난 길에 오르자 한 말이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살았지만 자신의 선택이 가족들에게 누가 됐다는 생각에 자책하며 읊조리던 고인의 대사에 관객들은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