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만년 꼴찌 노무현이 대통령 후보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가 관객의 입소문을 타고 심상치 않은 흥행 속도를 보이고 있다.
개봉 첫날부터 8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다큐 영화 오프닝스코어 기록을 갈아치우더니 개봉 3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해냈다.
영화는 낙선을 거듭하며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국회의원 노무현이 지지율 2%에서 기적처럼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고, 끝내 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여기에 중간중간 등장하는 노무현 대통령 지인 39명의 인터뷰는 지금까지 알 수 없었던 노 대통령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내고 있어 극의 감동과 재미를 더한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누구나 알고 있는 '대통령' 노무현이지만, 아무도 몰랐던 '인간' 노무현에 대해 알 수 있었다는 평을 남겼다.
진솔한 이야기로 다큐멘터리 영화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영화 '노무현입니다'에서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 명대사를 모아봤다.
1. "노무현의 시대가 오겠어요?, 근데 그런 시대가 오면 나는 없을 것 같아요"
유시민 작가에게 노 대통령이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노무현의 시대가 오겠어요?"
유 작가는 일말의 주저 없이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반드시 노무현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근데, 그런 시대가 오면 나는 거기에 없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2. "나라에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대통령이 술에 취해있으면 어떡하냐"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냈던 조기숙 교수는 술과 얽힌 노무현 대통령과의 일화를 털어놨다.
당시 노 대통령은 국빈이 올 때마다 와인잔을 들고 축배를 들었는데, 그때 잔 안에는 술이 아닌 항상 포도 주스가 들어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조 교수가 노 대통령에게 술을 못하시냐고 물어보자 노 대통령은 "나라에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대통령이 취해있으면 어떡하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퇴임하고 봉하마을로 내려갔을 때 양주를 한 번 사갔다는 조 교수는 그때 자주 술을 사 오겠노라고 노 대통령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더 이상 그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슬픔에 조 교수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3. "김근태 의장은 존경하고 싶은 분이고, 노무현 대통령은 사랑스러운 분이었다"
유시민 작가는 노 대통령을 인간 노무현으로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을까.
해당 영화에서 유 작가는 김근태 의장과 노 대통령을 비교하며, 김 의장이 존경스럽고 따라 배울 게 많은 사람이라면 노 대통령은 사랑스럽고 뭔가 해주고 싶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불의를 보면 버럭하며 성질도 잘 내는 노 대통령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과 사람에 대한 애정을 옆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있었다고 유 작가는 전했다.
4. "그러면 제가 아내를 버려야겠습니까? 그래야 대통령 자격이 생깁니까?"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민참여경선제가 진행 중이던 당시, 경쟁상대였던 이인제 후보는 합동 연설장에서 노 대통령의 장인 이력에 대해 딴지를 걸었다.
노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자의 아버지 권오석은 남로당 당원 출신으로, 좌익활동을 하다 처벌받은 이력이 있었다.
이에 노 대통령은 마이크를 붙잡고 "장인은 결혼하기 훨씬 전에 돌아가셨고, 나는 이 사실을 알고 아내와 결혼했습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지금까지 아내와 서로 사랑하며 잘살고 있습니다. 이게 뭐가 잘못됐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런 아내를 버려야 합니까? 그러면 대통령 자격이 생깁니까?"라며 논란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돌파하는 모습을 보였다.
5.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인터뷰에 참여한 지인 39명 중 영화에서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노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자 오랜 벗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묵묵히 노 대통령이 남긴 유서를 읽어 내려갔다.
그 안에는 "미안해하지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라는 말이 남겨져 있었다.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 남겨주길 바라며 세상을 떠난 노 대통령에게 친구 문재인은 "우리는 그를 아주 외롭게 두었다"며 미안함과 그리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