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강적들'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9년 9월, 스물두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범죄자가 있었다.
이후 1997년 무기수로 복역 중 교도소 화장실 쇠창살을 뜯고 탈옥에 성공한 그는 도피행각을 벌인다.
당시 헬기까지 동원한 대대적인 검거 작전에도 경찰은 수십 번 눈앞에서 이 탈옥수를 놓쳤다. 한국의 범죄자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희대의 탈주범, 신창원이다.
1967년에 태어난 신창원은 매우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모친이 일찍 죽고 자신을 홀로 키우는 엄한 아버지만이 가족의 전부였다.
아들을 가혹하게 다뤘던 신창원의 아버지는 어린 신창원이 수박 서리를 하자 직접 파출소로 아들을 데리고 가 "교도소에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일로 미성년자이던 신창원은 소년원에 송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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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원에서 나온 뒤 신창원은 전과자로 낙인찍혀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됐다. 신창원을 받아주는 사람은 소년원에서 만난 일탈 청소년들뿐이었다.
이후 신창원은 범죄자 무리와 어울려 절도를 벌이면서도 꾸준히 일기를 썼다.
"남을 해치지 않겠다. 부자들 것만 훔치겠다" 실제 그때까지 신창원이 실제로 폭력을 쓰거나 사람을 해치는 일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신창원과 함께 있던 무리 중 한 명이 우발적으로 사람을 찔러 죽인다.
가정이 부유했던 실제 살인범이 유명 로펌 변호사를 수임해 감형받는 동안 살인죄의 공범으로 붙잡힌 신창원에게는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신창원은 가난했다.
판결을 납득하지 못한 신창원은 탈옥까지 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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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탈옥 2년 6개월이 지난 1999년 다시 붙잡힌 죄수 신창원은 말했다.
"지금 나를 잡으려고 군대까지 동원하고 엄청난 돈을 쓰는데, 나 같은 놈이 태어나지 않는 방법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너 착한 놈이다' 하고 머리 한 번만 쓸어주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5학년 때 선생님이 '이 새끼야, 돈 안 가져왔는데 뭐하러 학교 와. 빨리 꺼져' 하고 소리쳤는데 그때부터 마음속에 악마가 생겼다"
괴물은 태어나는 게 아닌 만들어지는 걸까. 자신 같은 범죄자가 다시는 없게 사회와 가정에서 사랑을 주길 당부했던 신창원.
재검거된 신창원에게 법원은 기존 무기징역에 22년 6개월 형을 추가로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