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슈퍼 코리아 데이. 지난 1일은 대한민국이 일본을 완전히 압도한 날이었다.
남자축구가 그 중심에 있었다. 이날 일본과 연장 접전을 펼친 한국 대표팀은 2-1로 승리를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목 놓아 뜨거운 응원을 보내던 전 국민들은 골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활약, 몸짓, 눈빛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그중에서 가장 환호를 받은 장면은 단연 이승우 선수의 세레머니였다.
연장 4분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공을 이승우가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골을 기록했고, 곧바로 사진기자들이 모여있는 광고판 방향으로 달려가 그 위로 우뚝 섰다.
이승우는 위풍당당한 표정으로 자신감 넘치는 포즈를 취했는데, 그가 짓밟고 있던 광고판에는 '토요타'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숙적 일본과의 결승전, 운명을 가른 첫 골, 그리고 토요타를 밟고 선 이승우 선수.
우연치곤 너무나도 극적인 명장면이었다. '일본을 짓밟았다'는 하나의 상징적인 몸짓처럼 보였다.
경기 직후 자연스럽게 여론의 관심은 토요타로 향했다. 토요타가 조선인들을 착취했던 '전범 기업'이라는 의혹과 과거 만행까지 재조명돼 삽시간에 퍼졌다.
실제로 토요타가 조선인들을 강제 노역시켰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지난 2014년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지원위원회는 약 4년간의 조사 끝에 한국인 징용자들을 착취한 기업들의 명단을 폭로했다.
위원회는 일본 정부가 발표한 공식 문서와 각종 연구서, 문헌자료 등을 검증했다. 그 결과 일본 47개 지자체에 1,329개 기업이 설치했던 강제노역 작업장 4,042개소의 명단을 확보했다.
토요타도 있었다. 토요타가 다른 전범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들을 동원해 강제 노역을 시켰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피해자의 생생한 증언이 바로 그 증거다. 1943년 봄, 전북 옥구군에 살던 김모(당시 20세)씨는 집에 쳐들어온 일본인에게 끌려가 일본 아이치현의 토요타 자동차 공장에 감금됐다.
그곳에서 자동차 부속품을 조립해야만 했다. 까맣게 타 버린 시간은 무려 2년. 김씨는 월급 대신 담배를 받으며 강제 노역 현장에서 착취당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토요타는 조선을 수탈, 착취했던 대표적인 전범 기업 중 하나다. 그런 의미에서 이승우의 세레머니가 더욱 감동적이었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의견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토요타는 전범 기업 명단에 포함돼 있지 않다. 너무 무리한 '국뽕'이다"며 "우연한 세레머니 하나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해 혐일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그런 논리면 모든 일본 기업들을 싸잡아 전범 기업이라고 해야 한다"라며 전범 기업 기준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렇다. 사실 토요타는 전범 기업 리스트에 포함돼 있지 않다. 전범 기업 리스트에 꼽힌 299개의 기업을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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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토요타는 전범 기업에 포함돼 있지 않다. 하지만 명심하자. 그렇다고 해서 지난날의 과오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법.
다른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우리나라에서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는 '오카모토 콘돔'이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군 위안소에 콘돔을 공급했던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그런데도 오카모토 콘돔은 전범 기업 리스트에서 빠져 있다. 단순히 착취, 강제 노역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범 기업에서 제외됐다는 말인가.
이런 점에서 전범 기업에 관한 논의가 더욱 필요하다. 비록 전범 기업 리스트에는 없지만 과거 만행을 저지르고 전쟁범죄에 가담한 기업들은 수없이 많다.
또한 우리는 알 필요가 있다.
일본 기업의 제품을 구매, 사용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다만 그들이 우리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
어떤 말로도 토요타가 조선인들에게 만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토요타는 전쟁범죄에 가담했고, 착취당한 조선인들의 피를 밟고 일어섰다.
그리고 어제 이승우는 그걸 짓밟고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