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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김천 기자 = 베트남에서 영웅으로 불리고 있는 '쌀딩크' 박항서 감독.
2002년 히딩크 감독을 보좌해 4강 신화를 이뤄낸 그는 오늘날 '영웅'으로 불리기까지 시련 많고 한 많은 세월을 보냈다.
박 감독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부산 아시안 게임 대표팀에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는 대표팀을 이끌고 동메달의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의 반응은 싸늘했다. 협회는 박지성, 이천수, 이운재 등 최정예 월드컵 멤버로 고작 동메달을 땄다는 이유로 박항서 감독을 해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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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상 이유는 저조한 성적이었지만 일각에서는 박 감독이 비주류 대학 출신인 데다 축구협회와 마찰을 겪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실제 박 감독은 과거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감독 제의를 받아들인 것을 후회한다"며 "짧은 시간 동안 기쁨과 실망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폭적인 지지를 위해서는 서로 신뢰가 있어야 한다"며 "협회와 관련된 일은 절대 할 마음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협회와 마찰이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게 홀로 고립된 박 감독은 한동안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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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가 된 그에게 손을 내민 건 후배 최순호 전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었다. 그는 최 감독의 제안에 따라 감독도 아닌 코치로 부임해 후배 지시를 받으며 지냈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축구계에서 후배의 아랫사람이 돼 그저 맡은 일을 묵묵히 감당해왔다. 이후에도 여러 곳을 떠돌아다녔다.
박 감독은 맡은 곳마다 훌륭한 리더십을 보였다. 선수들을 다독이고 믿어주고 어떤 모습이든 사랑으로 다가섰다. 그는 선수들의 의견에도 겸허히 귀 기울여 좋은 성적을 거뒀다.
지도자로서 훌륭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손 내미는 곳은 없었다.
결국 박항서 감독은 상주 상무 감독을 마지막으로 한국 리그를 떠났다. 그리고 지난해 9월 베트남의 제의를 받아 베트남 성인 대표팀과 U-23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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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에서 펴지 못한 날개를 베트남에서 활짝 폈다. 그동안 한국에서 보여왔던 특유의 '정'으로 베트남 선수들을 다독이며 이끌었다.
학연, 지연, 유명세 등은 고려될 사안이 아니었다. 그저 사람 대 사람으로서 선수들을 아끼고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경기 때마다 "너를 믿고 있다", "잘 해낼 수 있다" 등의 말로 독려하며 정 많은 아빠 리더십을 보였다.
그는 결국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고 올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대회에서 준우승의 기적을 보였다.
베트남축구협회
그리고 지난 23일(한국 시간)에는 바레인을 1-0으로 꺾고 베트남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베트남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우리나라와 같은 열기로 가득했다.
한국에서 철저히 외면받던 그는 세계 무대에서 여지없이 실력을 드러냈다.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한다. 박 감독의 성공 비결은 '선수에 대한 신뢰'라고.
박 감독이 선수를 믿듯 한국이 박 감독을 향해 신뢰와 지지를 보내줬더라면 어땠을까. 인재를 놓친 한국은 뒤늦은 아쉬움만이 가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