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햇살이 밝은 아침이었다. 잠에서 깨자마자 본 것은 낯선 천장이었다.
어디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느낌이 '쎄'하다. 아랫도리가 시원한 걸 보니 알몸으로 잠에 든 것 같다. 숙취로 머리가 깨질 것 같아 미간이 찌푸려진다.
그때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군가 옆에서 뒤척였다. 뭐지? 옆에는 태어나 처음 보는 한 여성이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아... 탄식이 새어 나온다. 밀물처럼 후회가 밀려든다. 아마도 어제 술에 취해 '원나잇'을 했나보다.
술에 취했던 나는 뜨겁게 불타올랐겠지만, 지금은 이 방의 공기가 너무나도 차갑게 느껴진다.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모텔에서 도망쳐 나간다.
일주일 뒤,
그날 이후 절대 원나잇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나는 어느새 또 취했고, 내 옆에 있는 이름도 모르는 여성이 있다.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른다. 하지만 알고 싶다. 술김에 충동적인 마음이 든다.
낯선 여성의 낯선 향기가 나를 매료시켰다. 그렇게 또 후회할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언제나처럼, 다음 날 아침은 유난히 속이 쓰렸다.
어제 본 여성이 지금 내 옆에 있는 여성이 맞나 싶기도 하다. 스스로가 원망스럽고, 죄책감이 든다.
'원나잇 스탠드'. 속칭 '원나잇', '홈런'이라고도 불리며 "모르는 사람과 성관계를 갖는 행위"를 일컫는다.
대부분의 경우 목적성, 일회성을 띤다. 서로의 성욕을 충족한 뒤 그냥 지나치는 관계다(드물게 서로가 마음에 들어 섹스 파트너, 연인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원나잇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말한다. "어떤 느낌일까?",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
쉽게 말해 처음 만나는 상대와 섹스하는 느낌을 궁금해한다. 실제로는 어떨까.
지난 2016년 노르웨이 과학기술 대학교 심리학 연구진들은 원나잇 스탠드 경험이 있는 브라질,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출신 30세 이하의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설문조사에서 흥미로운 점이 발견됐는데, 대부분 원나잇 경험자들이 '후회'를 했다는 사실이었다.
"원나잇 이후 적어도 한 번 이상 후회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남성은 79%, 여성은 86%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 남성들은 상대방과의 지속적인 관계 유지와 행동에 대한 책임감이 부담된다고 고백했다.
반면 여성들은 충동적으로 행동한 자기 자신에 대한 원망 때문에 원나잇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또한 원나잇 경험자 대부분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감과 스트레스로 심리적 고통을 느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여기에 임신·성병에 대한 불안감, 섹스가 끝나고 느껴지는 공허함, 죄책감,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우려 등 부정적인 감정들이 원나잇 경험자를 지배했다.
이러한 이유로 원나잇 경험자들은 "절대 원나잇은 하지 마라"고 당부한다. 무조건 후회한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이 글의 목적은 원나잇 자체를 두고 '나쁘다'라는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고자 함이 아니다(물론 합의된 관계에서, 올바른 피임법을 사용했다는 가정에서).
다만 원나잇을 충동적으로, 술김에 하게 되면 무조건 후회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다.
다음 날 아침 낯선 사람과 알몸으로 침대에서 깨어나는 기분. 그리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