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국민청원에 다들 속았습니다"
지난해 8월 K-9 자주포 폭발사고로 전신화상을 입은 이찬호 예비역 병장.
배우를 꿈꾸던 20대 청년에게 찾아온 비극 앞에 많은 국민들이 응원을 전했고, 정부 역시 국가에 헌신한 그를 외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이 병장에게 주어진 건 간병비 일부와 취업 가산점 10%가 전부다.
지난 24일 이 병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민청원 30만명이 넘어 청와대 답변도 받았지만, 국가로부터 어떠한 보상과 진상규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8월 18일 이 병장은 강원도 철원 육군 부대에서 K-9 자주포 폭발사고로 몸 절반에 2~3도 화상을 입었다.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앞날은 막막했다. 2018년 5월 24일이 전역 예정일이었던 그는 전역 연장을 신청한다.
군대를 나오면 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 이 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청와대 청원에는 그에게 합당한 보상과 지원책을 마련해달라는 글이 우후죽순 올라왔다.
무려 30만명이 넘는 국민이 여기에 동의했고, 지난 6월 청와대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이들에게 합당한 예우와 보상, 치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제도적 한계가 있어 개선을 추진 중이라며 "올해 11월 24일까지 6개월간은 치료비와 간병비 등 군인 신분과 동일하게 지원하겠으며 전역 후에는 국가유공자로서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 장병의 국가유공자 등록은 이뤄졌을까. 이 병장은 "실상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에 국가유공자로 등록될지 여부가 결정된다는 게 청와대 답이었다"며 "그나마 제공받던 식비, 숙소, 차량 지원 등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졌다"고 밝혔다.
현재 이 병장이 국가로부터 지원받고 있는 간병비는 하루 6만원이 전부다. 사설 간병인이 하루 1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매일 4만원의 사비가 들어가는 셈.
수술도 모두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 3번은 더 받아야하고 화상으로 인한 장애가 있어 월평균 650만원 가량의 치료비도 든다.
이 병장은 "사과는커녕 책임 회피만 했다. 국민 청원에서 책임 소재와 대책을 명확하게 얘기하지 않았다"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