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형인 기자 = 리오넬 메시의 길었던 침묵이 깨지자 아르헨티나 득점이 터졌다.
지난 27일 러시아 상트페테부르크 스타디움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D조의 나이지리아와 아르헨티나 경기가 열렸다.
이날 경기는 아르헨티나가 2-1로 승점을 따냈다. 아르헨티나의 첫골의 주인공은 역시 축구의 신 메시였다.
전반 14분 바네가가 전방으로 침투했고, 메시에게 패스했다. 메시는 공을 잡자 오른발로 나이지리아의 골망을 흔들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메시는 아르헨티나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아르헨티나가 1, 2차전에서 자존심을 구겼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 경기는 1-1,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는 0-3으로 패했다.
아르헨티나 언론은 "메시가 부진의 늪에 빠졌다"며 "메시는 경기장에서 그림자 같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메시의 동료인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는 "메시는 대표팀이 생각한 것 같은 결과를 내지 못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도 전했다.
이어 "메시도 인간이다. 그는 이 상황을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 두경기에서 우리가 보인 안 좋은 모습을 없애 버리고 싶어 한다"고 그의 심정을 대신 전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부진한 경기 결과에 비난 받은 이는 메시였다. 아르헨티나를 살린 이도 역시 메시였다.
아르헨티나에서 메시가 없으면 안 된다는 말을 인정한 셈이었다.
한 나라의 축구 결과를 좌지우지할 만큼 엄청난 축구 실력을 가진 메시다. 하지만 그에게도 상처와 고통은 분명 존재했다.
실제로 메시는 지난 2015년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패한 후 '메시로 살아가는 부담감'을 내비쳤다.
메시는 "내가 절망에 빠진 것은 사실이다. 나를 겁쟁이, 사기꾼, 위선자, 원하는 그 무엇이라고 불러도 좋다. 그러나 아무도 '나'로 살아가는 압박감은 모를 것이다. 이것이 오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어 "그렇지만 나는, 어느 누구도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이지 않기를 바란다. 나의 모든 움직임과 모든 터치가 골로 이어질 수는 없다. 이것이 내게는 마치 고문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맹세컨대, 내가 코파컵을 들고 나의 조국을 행복하게 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기록과도 모두 바꿀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어떤 유니폼을 입든지, 나의 심장은 언제나 알비셀레스테의 것이기 때문이다"말했다.
최다 발롱도르 수상, 최다 월드사커 올해의 선수상 수상, 바르셀로나 통산 최다골.
메시가 걸어간 길은 모든 게 최고의 기록으로 남았다.
하지만 메시도 화려한 기록 이면에서 잘 해내야만 한다는 부담감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메시의 절친한 동료 마스체라노 "난 메시처럼 살아갈 자신이 없다. 3일마다 자신이 세계 최고인 걸 증명해내야 한다.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우승을 못하면 국민들은 메시에게만 욕한다. 그것이 메시가 가지는 부담이다"이라고 말했다.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한 아르헨티나는 오는 30일 오후 11시 C조 1위인 프랑스와 16강 첫 경기를 치른다.
부담감과 책임감을 숙명으로 받아들인 메시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라운드에서 '축구의 신'으로 군림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