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3년 전인 지난 2015년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방법이 없을까 알아보다가 우연한 계기로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에 후원을 시작하게 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유엔(UN) 산하 국제기구이기 때문에 다른 후원기관과 달리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라고 믿었기에 매달 일정 금액씩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에 기부했다.
비록 큰 금액은 아니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고통받고 있을 난민 어린이들에게 작은 희망과 함께 NGO 구호 활동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정기 후원이었다.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에 가입해 매달 정기 후원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3년차에 접어 들었을 무렵 인터넷 탐사보도전문매체 뉴스타파가 지난 4월 보도한 기사를 보고 충격받고 말았다.
그동안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로서 다른 후원기관들과 달리 후원금을 깨끗하고 정직하게 운영하고 있을 것이라 굳건히 믿고 있었다.
정작 알고보니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의 운영에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던 것이다.
실제 많은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가 유엔 산하 아동구호기관으로서 스위스 제나바 유니세프 본부의 직속기관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유니세프 본부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줄로만 알고 있던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는 사실 국내 여느 다른 후원기관처럼 일반 사단법인에 불과했다.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는 유니세프 본부와 계약 관계에 있는 독립적인 사단법인으로 유엔 본부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이름만 빌려온 사단법인이었다.
지난 3년간 유엔 산하 기구 아동구호기관이자 공인된 기관으로 굳게 믿고 있었던 후원자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것이다.
후원 회원만 4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의 후원자 뒤통수 때린 '배신'은 이뿐만이 아니다.
후원을 기반으로 난민 어린이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는 구호기관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 간부가 해외출장 때 다른 좌석보다 2~3배 비싼 대한항공 비즈니스석만 이용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서대원 전 사무총장이 재임하던 2015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유니세프 국가위원회 연차총회에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 사무총장이 참석해야 했다.
직원들은 인천에서 보스턴까지 가는 여러 항공사의 항공편 가격을 비교해 200만원대부터 600만원대까지 다양한 항공편 가격을 서대원 전 사무총장에게 보고했다.
서대원 전 사무총장은 가장 비싼 대한항공 비즈니스석만 이용했고 이는 고스란히 후원자들이 정기적으로 내는 후원금에서 충당됐다.
서대원 전 사무총장이 해외출장 명목으로 이용한 대한항공 비즈니스석 가격은 약 640만원.
이 돈이면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 약 6천여명이 한달 동안 식사를 할 수 있는 큰 금액이다.
40만명에 달하는 후원자들의 정기, 비정기 후원으로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서대원 전 사무총장의 행보가 과연 옳았는지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 측은 유니세프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인사이트 취재진은 지난 4월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 홍보국 측에 유엔 산하 국제기구가 아닌 국내 사단법인이라는 사실과 관련 확인 요청 이메일을 보냈으나 아직까지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해외출장 때 2~3배 비싼 대한항공 비즈니스석만 이용한다는 보도와 관련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 내규상 항공권 구매 기준이 궁금하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 유니세프 홍보국장이 직접 인사이트 사옥에 찾아와 유니세프 민간 부문에서 기금을 모금하는 34개 국가 중 3번째로 많은 기부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강조할 뿐이었다.
한국 유니세프 홍보국장은 또 유니세프 내 벌어진 성희롱 사태와 각종 비위 의혹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부정적인 기사로 인해 후원자가 끊기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유니세프 위원회 내 벌어진 각종 비위 의혹에 대해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보다는 부정적인 이슈로 후원자가 잇따라 후원을 끊고 있는 상황을 막는게 더 중요했던 셈이다.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는 지난 1994년 1월 1일 설립됐다. 후원 회원수만 40만명에 달하는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 후원금은 지난해 기준 1,450억원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크다.
이는 기독구호단체 월드비전 이후 두번째 큰 규모이자 실제 유니세프 국가위원회가 운영되는 중인 34여개 선진국 중 3위다.
지금 TV를 틀면 '차별없는 구호의 정신'을 외치며 월 3만원씩 정기 후원을 호소하는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의 TV 광고가 채널 곳곳에서 전파를 타고 있다.
정기 후원을 호소하는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의 캠페인 TV 광고 역시 후원자가 자발적으로 낸 후원금에서 운영되고 지출된다. 후원금이 정말 투명하게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유니세프 내 벌어진 성희롱과 각종 비위 의혹에 대해 명확한 답변이나 사과없이 버젓이 정기 후원 캠페인 TV 광고를 내보내면서 부정적 이슈가 조용히 묻히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에 후원하는 대부분의 후원자들은 여유없는 빡빡한 삶 속에서도 조금이나마 자신의 것을 나눠 배고픈 아이들을 대신 도와달라는 뜻에서 후원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후원자가 끊기는 것부터 걱정할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후원자들의 소중한 후원금이 제대로 쓰이게 할 수 있을지부터 고민하고 반성하는게 먼저가 아닌지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에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