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96명의 소중한 목숨을 구하고도 보상받기는커녕 오히려 회사에서 해고된 사람이 있다.
1985년 11월 14일, 전제용 선장은 참치 원양 어선 '광명 87호'를 이끌고 부산항으로 돌아가던 중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처참한 몰골을 한 96명의 사람들이 부서져가는 배에서 구조 요청을 하고 있었다. 월남 패망 후 베트남을 탈출하던 난민, 이른바 '베트남 보트피플'이었다.
난민을 봐도 구조하지 말라는 회사의 명령이 있었지만 전 선장은 이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자신의 배에 실었다.
부산항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열흘 남짓이었다. 보트피플은 훗날 그 열흘을 평생토록 잊지 못한다고 회상했다.
전 선장과 선원들은 턱없이 부족한 식량과 생수를 96명과 나눴다. 여성과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침실을 내주고 노인과 부상자를 살뜰히 보살폈다.
그러나 난민을 데리고 악착같이 버틴 전 선장에게 돌아온 것은 회사의 해고 통보였다.
여기에 더해 그는 보트피플을 구출했다는 이유로 당국에 불려가 조사까지 받았다.
다른 선박 회사에 재취업하려고 했지만 그 어디에서도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전 선장은 결국 고향인 통영으로 내려가 멍게 양식업을 하며 겨우 생계를 유지했다.
그럼에도 전 선장은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그들을 살렸을 것이다. 나 아닌 누구라도 그 상황이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라고 덤덤하게 말하고 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전 선장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국회 인권포럼이 시상하는 '올해의 인권상'을 받았다.
또한 난민 구조에 크게 공헌한 개인 또는 단체에 수여하는 유엔의 '난센상' 후보에 올랐다.
늦었지만 그가 한 일이 정말로 잘한 일이라는 것을, 비로소 세상도 인정해준 셈이다.
그가 보여준 인류애와 희생정신은 앞으로도 쭉 우리 마음속에 남아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