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경은 기자 = "아빠가 태어난 '한국'은 어떤 곳이야?"
똘망똘망한 눈을 하고 묻는 자식에게 아버지는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이라고 말했다.
감히 헤아릴 수 없는 그리움이 묻어나는 아버지의 대답에 자식은 한국이 분명 좋은 나라라고 확신했으리라.
자식은 부푼 기대를 안고 한국에 발을 디뎠지만 아버지와 달리 한국은 '꿈에서도 가고 싶지 않는 곳'이 돼버렸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느 영국인이 한국에 살면서 느낀 점을 적은 한 편의 글이 게재됐다.
아빠는 한국인, 엄마는 영국인이라고 밝힌 영국인 A씨는 런던과 미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 자랐다.
아빠에게서 한국에 대한 얘기를 감명 깊게 들은 그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한국말을 익혔고 더듬거리면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게 됐다.
미국 대학에 합격한 A씨는 대학을 다니며 미국에서 거주할 곳을 찾을 때까지 부모님과 서울에 와서 지내기로 했다.
그는 꿈에 부푼 기대를 안고 한국으로 건너 왔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마련이라고 했던가.
3개월 간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그의 기대는 모두 산산이 부서져버렸고 '한국의 모든 것이 싫어졌다'고 전했다.
그가 본 한국 사람들은 굉장히 보수적인데다가 폐쇄적이었다.
특히 흑인에 대한 혐오가 심했는데 자신의 정말 친한 흑인 친구 한명이 한국 사람들로부터 온갖 모욕을 당했다며 A씨는 분노했다.
또 A씨가 본 한국은 위계질서가 매우 심한 나라였다. 나이에 따른 엄격한 상하관계가 존재했고 직장에서의 상하관계는 마치 '주인'과 '노예'처럼 보였다고 그는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익명의 힘을 빌려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연예인을 괴롭혀 이로 인해 사람이 자살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게 A씨에게는 매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밖에도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어디를 가도 '스펙'부터 따지고 30살만 넘어가도 취업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걸 느꼈다고 A씨는 전했다.
그는 사회적, 문화적으로 따져봤을 때 한국은 자신의 신념과 전혀 맞지 않는 나라였다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지난 3개월 동안의 한국 생활에 정말 좌절했고 죽고 싶었다'며 글을 끝마친 A씨.
아마 그는 죽을 때까지 한국을 두 번 다신 찾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