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뇌출혈과 백혈병 증세를 보인 병사에게 군병원이 쥐여준 건 두통약, 감기약, 두드러기약이 전부였다.
31일 SBS '8시 뉴스'는 군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숨진 21살 홍정기 일병의 억울한 죽음을 조명했다.
군생활이 체질에 맞다며 '특급전사'를 꿈꿨던 故 홍정기 일병은 군대 체력 검정에서 특급, 1급을 받을 정도로 건강했다.
그런데 입대 7개월 만에 홍 일병은 민간 병원으로 후송됐고, 심각한 뇌출혈로 수술을 받은 이틀 뒤 사망했다.
그 사이 대체 홍 일병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군 검찰 조사보고서를 살펴보면 홍 일병은 사망 11일 전 구토 증세를 보였다.
군의관은 홍 일병에게 두드러기 약을 처방했다. 이후 홍 일병의 몸에 이유를 알 수 없는 멍이 자꾸 생겼고, 두통도 심해졌다.
하지만 의무대가 홍 일병에게 쥐여준 건 감기약이 전부였다. 고통을 견디다 못한 홍 일병은 병원 진료를 요청했고, 상관과 함께 개인 의원을 찾았다.
홍 일병의 상태를 살펴본 의사는 '혈액암' 가능성이 있다며 큰 병원을 찾으라고 진단했다.
그런데 인솔 상관이 홍 일병을 데리고 향한 곳은 다시 부대였다. 다음날 군 병원에 예약이 되어있다며 곧장 큰 병원으로 가지 않은 것이다.
그날 밤 심각한 두통과 구토에 시달린 홍 일병은 자정께 사단 의무대로 후송됐으나, 또다시 '응급상황이 아니며 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되돌려 보내졌다.
오전 9시가 되어서야 홍 일병은 군병원으로 향했다. 백혈병 가능성이 제기됐다. 뇌내출혈 의증 진단도 내렸다.
하지만 수용 공간이 없어 홍 일병은 민간 병원으로 후송조치됐고, 이미 손을 쓰기엔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2016년 3월 홍 일병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홍 일병의 어머니는 "그 9시간을 애가 얼마나 무서웠을지, 두려웠을지 생각하면 지금도 피가 거꾸로 솟는다"며 눈물을 쏟았다.
이와 관련 당시 군의관 A씨는 오판을 인정하면서도 간단한 혈액 검사 장비조차 없는 열악한 의무대에서 정확한 진단이 힘들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홍 일병의 죽음과 관련, 당시 군의관 2명은 각각 감봉 1개월과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부대 지휘관은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