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담은 그림책 '꽃할머니'가 드디어 '일본어'로도 출판됐다.
지난 27일(현지 시간) 위안부 피해자인 故 심달연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그려진 책 '꽃할머니'의 일본어판이 출간됐다.
이는 2007년 한·중·일 3개국이 기획한 '한·중·일 평화그림책' 시리즈 중 하나로 지난 2010년 한국과 중국에 먼저 발간된 이래로 일본에서 8년 만에 공개됐다.
일본에서만 이렇게 출간이 늦어진 이유는 출판사들의 협조가 부족했기 때문. 최초에 일본판 발간을 맡았던 도신샤(童心社) 측은 "위안소 장소 등에 역사적 사실과 다른 묘사가 있다" 등의 이유로 출판을 거부했다.
'꽃할머니'의 최초 제안자이자 일본 그림책 작가 다시마 세이조(田島征三)는 출판사 도신샤 측에 "이런 걸 두려워하니까 전쟁이 일어난다"고 설득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무산됐다.
다른 출판사 수십 곳 역시 일본 우익들의 공격을 우려해 망설였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일본 우익 세력들의 공격은 심한 경우 살해 위협까지도 일어나기 때문에 두려워할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이에 대해 다시마 작가는 교도통신에 "여성의 입장에서 다가간 좋은 작품으로 우리들에게 필요한 책"이라며 "보고 싶지 않은 역사라는 이유로 출판하지 않는 것은 일본인의 수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꽃할머니'가 만난 출판사 고로컬러는 이들과 달랐다. 고로컬러 측은 "이 그림책은 역사논쟁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평화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한중일 작가들이 생각해 낸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고로컬러의 대표 기세 다카요시(木瀨貴吉)는 "전화나 인터넷 댓글을 통해 '사실이 아닌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말라'고 하기도 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민감한 문제라서 출판할 수 없어도 어쩔 수 없다는 사회라고 한다면 이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꽃할머니'가 드디어 일본에서도 빛을 보게 됐지만 책을 판매하겠다는 서점이 턱없이 부족해 또 다른 장벽에 부딪혔다.
대형서점은 아예 주문하지 않거나 단 한 권만 주문한 곳도 있을 정도. 이에 대해 기세 다카요시는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한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심달연 할머니는 1927년 경북 칠곡에서 태어나 1940년 13살의 나이로 일본군에게 끌려갔다.
언니와 함께 산나물을 뜯으러 갔다가 일본군에게 잡힌 심 할머니는 대만의 위안소로 끌려가 성착취와 폭행을 당했다.
해방 뒤 고국으로 돌아왔으나 일본군의 만행으로 오랫동안 정신질환을 겪고, 기억상실증을 앓았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던 심 할머니를 다행히 여동생이 알아보곤 집으로 데려와 극진히 간호했다.
그 뒤 지난 1993년 8월 31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 제61차 UN인권위원회 본회의와 국제NGO포럼, UN인권고등판무관에게 일본의 UN 상임이사국 진출 반대 서명을 전달하는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증언 활동을 이어갔다.
2005년 심리치료프로그램으로 원예치료를 시작했고, 7년간 수업을 받으면서 '꽃을 사랑하는 심달연'이라는 플로리스트로 이름을 알렸다.
같은 위안부 피해자인 故 김순악 할머니와 함께 압화원예작품 전시회 진행과 '할매, 사랑에 빠지다' 작품집 두 권을 발간했고, 2010년 6월 한·중·일 공동기획 평화그림책 시리즈 '꽃 할머니'의 모델이 됐다.
그러나 2010년 6월 말 간암으로 병원에 입원했고 같은 해 12월 5일 유족과 시민모임 회원 1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83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