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일본 편의점은 천국이다. 없는 것이 없고, 안 되는 것이 없다.
독특한 기획 상품이나 이색 제품까지 즐비해 구경만 해도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또 하나의 관광 명소다.
일본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은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향하기 전 편의점으로 향한다.
간식거리도 그렇겠지만, 주로 마실 물을 사기 위해서다.
편의점에 가면 다양한 생수 제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중에서 예쁜 디자인으로 보는 사람을 유혹하는 생수가 하나 있다.
아름다운 벚꽃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 브랜드 옆에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는 귀여운 토끼도 킬링 포인트다.
기자도 이 생수를 봤다. 일본에 여행 온 만큼 예쁘고 독특한 제품들을 사고 싶다는 생각에 손이 가게 됐다.
그런데 이 생수, 무언가 수상하다. 생수를 손에 들고 찬찬히 글씨를 읽어봤다. 중학교 시절 배웠던 일본어가 이럴 때 요긴하게 쓰였다.
어디 보자. 후, 쿠, 시, 마, 노, 미즈. 후쿠시마노 미즈. 뭐?!
그렇다. 해당 제품은 '후쿠시마의 물'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 제품이 생수가 아닌 수돗물이라는 점이었다.
가격도 일반 생수 제품과 비슷하다. 500mL에 100엔(약 1,000원)으로 수돗물인데도 일반 생수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이 물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왜 수돗물을 페트병에 담아 판매한다는 말인가.
일본은 현재 '먹어서 응원하자!(食べて応援しよう!)'라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것이 무엇인고 하니,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인들조차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기피하기 시작하자 위기를 극복하고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벌인 운동이다.
"이제 후쿠시마는 안전해요! 후쿠시마에서 나고 자란 식품은 먹어도 괜찮답니다! 우리 모두 도웁시다!"
일본의 독특한 문화인 '집단주의'를 자극해 후쿠시마 관련 제품을 소비하도록 장려했다.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대의명분도 함께였다.
그 일환으로 후쿠시마 수도국은 '수돗물이 안전하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후쿠시마의 수돗물을 상품화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제품 디자인으로 쓰인 벚꽃 사진은 후쿠시마의 유명한 관광지인 하나미야마로, 자연스럽게 후쿠시마의 경관을 보여주면서 더이상 위험한 지역이 아니라는 인식까지 심으려 한 것이다.
후쿠시마 수도국 측은 "안심하고 수돗물을 먹고, 이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연 안심할 수 있을까.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의 홍보 모델로 활동하며 후쿠시마 지역 농산물을 꾸준히 먹었던 일본 연예인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야마구치 타츠야. 지난 2013년 건강 검진에서 '방사능 내부 피폭' 확진 판정을 받았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