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배다현 기자 = 한 외신 기자가 자신의 기사를 오역한 한국 매체들을 지적했다.
지난 10일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일부 매체는 영국 매체 BBC가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17일에도 동아일보는 '바그다드 함락 미 3사단, 한국배치 완료'라는 단독 기사에서 같은 내용을 다시 인용하며 외신이 문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매체가 인용한 3월 9일 BBC 기사의 원문을 살펴보면 이는 원문의 내용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오역이다.
원문에는 "한국의 지도자인 문재인은 외교 천재나 나라를 파괴하려는 공산주의자 둘 중 하나이며,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벼랑 끝 전략의 달인이거나 사기 게임의 졸이다"라는 표현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 문장 뒤에는 "당신이 누구와 대화를 하느냐에 따라(depending on who you speak to)라는 표현이 따라붙는다.
전문을 읽어보면 BBC가 문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상황을 전했을 뿐 공산주의자라고 직접 단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원문을 작성한 BBC 기자가 직접 나서서 유감을 표하기에 이르렀다.
18일 BBC 서울특파원 로라 비커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언론은 내 기사를 공정하게 번역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말한 적 없다"고 분명히 짚으며 "한 우익 역사가의 말을 인용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매체들이 원문의 내용을 의도적으로 빠뜨린 것인지, 실수로 빠뜨린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덕분에 한국 언론은 국제적 망신을 당하게 됐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정치적 여론을 형성하려는 의도로 외신을 일부러 오역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며 "오보 이후 사과나 정정보도도 없다"고 비판했다.
배다현 기자 dahyeo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