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생각해보면 우리가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들은 거의 터치, 술자리 합석에서 있었던 일들이었지 성폭력으로 자고 이런 일들은 없었다"
지난 8일 자유한국당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위원장을 맡은 박순자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박 의원은 "우리 자유한국당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데 공감한다"라면서도 "보수진영인 한국당은 성도덕에서 보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에서는 성폭력으로 하룻밤을 지내고, 이런 걱정을 듣게 하는 일은 없었다고 말씀드린다"라며 "앞으로는 장담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의 해당 발언은 '성폭력'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성폭행'에 국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폭력'이란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성을 매개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이뤄지는 모든 가해행위'를 뜻한다.
제1야당의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정치인이 '성폭력'의 의미를 너무 좁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회의에 박 의원은 '진보성향 인사 성추문 리스트'라는 문건을 들고 나왔다.
최근 불고 있는 '미투(#Me Too) 운동'을 정쟁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같은 당 곽상도 의원은 "한국당 의원들은 옛날에 조그만 게 나오는 것은 제기될 때마다 곧바로 정치적·도의적·형사적 처벌이 이뤄졌다"며 "한국당보다 저쪽, 좌파 쪽이 많은 건 감춰져 있다가 한꺼번에 나오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신보라 의원도 "고은 시인·이윤택 연출가와 같이 대통령과 친분 깊은 인사들의 성범죄가 드러난 마당에 청와대가 탁현민 선임행정관을 옹호한다면 대통령의 성의식 또한 의심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위원회는 전국 17개 시·도당에 성폭력 피해자 신고센터(가칭)를 설치하고, 신고 전문가를 영입하기로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대변인 구두논평을 통해 자유당의 이같은 발언을 "눈 가리고 앙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구속된) 이만우 전 새누리당 의원의 강간치상 사건 외에 또 다른 사건이 있다는 거냐"라며 "사실이라면 자백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