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빙속 여제' 이상화가 올림픽 3연속 메달을 획득하며 스피드스케이팅의 새 역사를 썼다.
세계 정상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을 이상화. 굳은살 가득한 그의 발바닥이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지난 18일 오후 이상화는 올림픽 3연패에 도전을 앞두고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마지막 연습에 돌입했다.
빙판 위를 거침없이 질주하며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린 이상화는 연습을 마친 뒤 스케이트화를 벗었다.
스케이트화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그의 발은 굳은살로 가득했다. 발바닥 전체를 하얗게 뒤덮은 굳은살은 그의 살인적인 훈련량을 가늠케 한다.
이미 2010 밴쿠버, 2014 소치에서 500m 금메달을 획득한 이상화이기에 평창에서도 그가 금메달을 목에 걸 것이라는 국민들의 믿음과 기대가 컸다.
하지만 이상화에게 이번 평창올림픽은 절대 쉬운 도전이 아니었다.
그동안 남자 선수들 못지않은 훈련량을 소화해온 이상화는 무릎 연골이 모두 닳은 상태였다. 그 틈을 타고 무릎 안으로 물이 차면서 만성 통증에 시달렸다.
수술을 하면 훈련을 할 수 없기에 재활치료로 버텼지만, 결국 하지정맥류로 병이 커지면서 지난해 3월 수술을 받았다.
이밖에도 근육 파열 등 갖가지 부상이 겹치며 이상화에게 최대 고비가 찾아왔다. 은퇴도 고려했지만 우리 땅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 출전을 포기할 순 없었다.
여기에 올림픽 3연패에 대한 부담감, 아웃코스라는 불리한 배정, 한 번의 질주로 메달이 결정되는 단판 승부까지.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는 악재들이 겹쳤지만 이상화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 '피나는 훈련'으로 이 어려움을 타개해나갔다.
끊임없는 연습 끝에 그는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와의 기록 격차를 1초에서 0.2초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어제(18일) 이상화는 영광의 상처로 가득 찬 발바닥을 딛고 빙판 위에 우뚝 섰다.
총성이 울리고 이상화는 폭발적인 스피드로 달려나갔다. '지금이 아니면 다음은 없다'는 심정으로 질주했다.
37초 33, 좋은 기록이 나왔다. 먼저 경기를 뛴 라이벌 고다이라보다 다소 늦긴 했지만 후회 없는 결과였다.
모든 선수들의 경기가 끝나고 은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이상화는 눈물을 쏟았다.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아니었다. 그동안 그 어떤 고통도 감수하며 고생했던 스스로에게 전하는 위로의 눈물이었다.
아시아 최초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m 금메달 2연패라는 기록을 세운 이상화는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3연속' 올림픽 메달 획득이라는 또 다른 신화를 일궈냈다.
은메달을 거머쥔 이상화는 오늘(19일) 기자회견에서 "능력이 있다면 올림픽까지는 아니더라도 1~2년 더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빙속여제' 이상화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