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3개 대회 연속 메달을 목에 건 이상화(29·스포츠토토)의 중요한 조력자로는 케빈 크로켓(캐나다) 코치를 빼놓을 수 없다.
크로켓 코치는 이상화가 '적수가 없는' 수준의 최정상에 오르고 이를 지켜내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남자 500m 동메달리스트인 크로켓 코치는 중국에서 왕베이싱 등 선수를 지도하다가 2012-2013시즌부터 한국 대표팀 코치를 맡았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상 첫 대표팀 외국인 지도자였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따냈으나 '아직은' 월드컵에서 1~3위를 오가며 세계적인 스케이터들과 '경쟁'을 벌이던 이상화는 크로켓 코치 부임 이후 한 단계 더 올라섰다.
크로켓 코치는 이상화의 레이스 자세를 일부 교정하고 장비를 교체해주는 등 기술적인 조언을 통해 체격적인 열세를 딛고 폭발적인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지도했다.
2012-2013시즌 월드컵에서 한 차례 동메달을 제외하면 모조리 금메달을 따낸 이상화는 시즌 막판인 2013년 1월 월드컵에서 36초80의 세계 신기록을 작성했다.
소치올림픽이 열린 2013-2014시즌의 이상화는 아예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의 선수였다.
2013년 10월 한 달 동안에만 36초74, 36초57, 36초36으로 세 차례 연거푸 세계기록을 갈아치웠다.
출전한 모든 월드컵에서 우승한 이상화는 소치올림픽에서도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하며 2연패의 신화를 완성했다.
이후 크로켓은 대표팀을 떠났지만, 이상화의 개인 코치로 평창올림픽까지 꾸준히 호흡을 맞췄다.
이상화라는 선수가 완성된 과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크로켓 코치는 시즌을 준비하고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적의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즌 중 중요한 시기를 앞둘 때면 캐나다를 방문해 크로켓 코치에게 '개인 레슨'을 받곤 하던 이상화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도 약 2주간 독일에서 크로켓 코치와 전지훈련을 벌였다.
고다이라 나오(일본)라는 강력한 경쟁자에게 시즌 내내 밀리면서 돌파구가 필요하던 이상화는 이곳에서 새로운 모멘텀을 맞았다.
크로켓 코치는 "꾸준히 향상해 온 이상화는 이제 위협적인 상태"라며 고다이라와의 명승부를 예고했다.
비록 고다이라가 금메달을 가져가긴 했지만, 이상화는 고다이라 못지않은 아름다운 레이스로 평창올림픽의 명승부 중 하나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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