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윤성빈(강원도청)이 금빛 질주를 시작하자 관중석에 앉아있던 어머니 조영희(45) 씨는 눈을 감은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속이 타는지 경기가 중계되는 전광판도 보지 못했다. 안절부절못하던 조 씨는 윤성빈이 무사히 주행을 마치자 그제야 벌떡 일어나 딸과 부둥켜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윤성빈은 15∼16일 강원도 평창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 1∼4차 시기 합계 3분20초55를 기록, 전체 30명의 출전자 중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경기 뒤 취재진 앞에 선 조 씨는 아들이 이날을 위해 피땀 흘려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을 졸였던 지난 6년간의 기억이 계속 떠오르는지 좀처럼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조 씨는 "너무 좋다. 처음에는 안 믿어졌다. 지금도 '조금만' 실감난다"면서 " 너무 장하고 대견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며 촉촉이 젖은 눈가를 훔쳤다.
이어 "지난 시간 생각하면 정말 너무너무 마음이 아프다"라면서 "하지만 오늘 모든 게 다 해결됐다고 생각한다"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스켈레톤은 머리를 앞으로 하고 썰매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트랙을 내려오는 아찔한 종목이다. 최고속도는 시속 140㎞에 이른다. 조 씨는 성적보다는 홀로 키운 아들이 행여 몸을 다칠까 하는 걱정이 더 컸을 때도 있었다.
조 씨는 "4년 전 소치 때는 성빈이가 첫 올림픽 출전인 데다 경험도 없어 그저 다치지 않고 마지막까지 잘 도착하기만을 바랐다"고 말했다.
윤성빈도 2012년 미국 전지훈련 때 처음으로 트랙을 타고서는 어머니에게 전화해 "힘들다"며 선수생활을 포기할 뜻을 내비친 적이 있다고 한다.
당시 조 씨는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스스로 결정해라. 너의 결정을 엄마는 믿겠다"라고 말했다.
조 씨의 다독임이 없었다면 이날 한국 썰매 사상 첫 금메달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날 3차 시기 때 조 씨는 스타트 지점에서 경기를 보려다가 갑자기 엉엉 울면서 관중석을 나갔다. 아들이 혹시 좋은 성적을 못 낼까 너무 긴장됐다고 한다. 그는 4차 시기 전에도 관중석에서 눈물을 흘렸다.
조 씨는 "국민들이 바라고, 세계랭킹 1위까지 갔으니까 꼭 좋은 성적을 내기를 바랐다"면서 "특히 성빈이를 응원해주러 많이들 오셔서 감동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경기 뒤 조 씨는 윤성빈을 꼭 안아주며 "대견하다. 잘했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조 씨는 집에 가면 윤성빈이 너무 좋아해 두 마리씩 먹는다는 '오븐에 구운 치킨'을 준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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