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마땅한 놀거리가 없어 취미로 컬링을 시작했다는 '의성 출신' 여고생들이 10년 뒤, 세계랭킹 1위 캐나다를 꺾는 대이변을 만들어냈다.
15일 오전 강릉컬링센터에서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예선 1차전이 열렸다.
이날 우리나라 컬링 여자 대표팀은 '컬링 강국' 캐나다와 맞붙었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컬링 선수가 800여 명인데 비해 캐나다는 200만명에 가까운 선수들이 등록돼 있다. 그만큼 규모로도, 실력으로도 캐나다보다 많이 부족했다.
물론 지난 1월 메리디안 캐나다 오픈 그랜드슬램 오브 컬링 8강에서 캐나다를 이긴 전적이 있었지만, 올림픽 무대는 또 달랐다.
경험이 풍부한 캐나다 선수들을 꺾기엔 힘이 부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역사'는 언제나 예기치 못한 곳에서 쓰이는 법. 고전을 면치 못할 줄 알았던 한국은 8대 6으로 캐나다를 격파했다.
기적과 다름없었다.
무엇보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결성된 과정을 보면 이번 승리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컬링 대표팀 선수들은 마늘로 유명한 경상북도 의성 출신이다.
2006년 의성에 컬링전용경기장이 생기자 김영미(당시 고1)는 방과후 활동으로 친구 김은정과 함께 컬링을 배웠다.
그러던 중 컬링장에 물건을 전해주러 온 김영미의 동생 김경애가 덩달아 컬링을 시작했다.
이후 김경애는 함께 할 친구를 구하기 위해 교실 칠판에 '컬링 할 사람 모집'이라고 썼고, 이를 본 김경애 친구 김선영이 자신도 하겠다고 나섰다.
처음엔 '취미'로 시작한 컬링이었지만 성인이 된 네 사람은 경북체육회 실업팀 소속으로 활동하며 컬링을 직업으로 삼았다.
2015년 떠오르는 유망주 김초희가 합류하면서 이른바 '팀 킴(Team Kim)'이 결성된다.
10여 년이 지난 2018년, 의성 시골 소녀들은 평창올림픽 무대에서 당당히 국가대표로 등판했다.
수년간 함께해온 한국 선수들은 서로를 믿고 경기에 임했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집중력과 정밀한 기술력이 이들을 뒷받침했다.
그리고 보란 듯이 세계랭킹 1위 캐나다를 꺾었다.
캐나다 스킵(주장) 레이철 호먼은 "한국 팀이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한국은 언제나 어려운 상대"라며 패배를 인정했다.
이제 한국 대표팀은 이 기세를 몰아 오늘(15일) 오후 8시 일본과 2차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