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유리 기자 = 주민등록증을 교묘하게 위조해 친구들과 술을 마신 미성년자 때문에 영업정지를 당할 위기에 놓인 어느 사장님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준다.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14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친구가 미성년자 때문에 영업정지 당하게 생겼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소개돼 누리꾼들을 분노케 했다.
글쓴이 A씨는 연휴를 앞두고 술집을 운영하는 자신의 친구가 당한 황당한 사건을 알리면서 대한민국에서 미성년자들 때문에 피해를 입는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고발했다.
A씨는 "한국에는 무슨 법이 이렇게 되어 있어서 작정하고 엿을 먹이려고 하면 빠져나올 수 없다"며 "이런 법 너무 짜증이 난다"고 질타했다.
사연의 주인공은 A씨의 오랜 친구인데 어려운 형편에 생계를 위해 빚을 내서 작은 술집을 차리고 장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미성년자들이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술을 마신 뒤 술값을 내기 싫어서 경찰에 신고를 했던 것이다.
당시 소동이 벌어졌고 현장에 경찰들이 출동했는데 A씨의 친구인 사장님은 정상적으로 주민등록증 검사를 했다고 한다.
문제는 위조된 신분증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해당 술집은 영업정지 당할 위기에 놓였다는 사실이다.
A씨는 "빚내서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한 가정이 풍비박산 났다"며 "그 술집은 왜 영업정지를 당해야 하며 왜 업주는 피해를 받기만 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이러한 사례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성년자들이 위조한 신분증으로 술을 마신 뒤 신고를 하고 이후 음식점 사장님들이 영업정지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물론 돈에 눈이 멀어서 미성년자들에게 술을 파는 일부 파렴치한 장사꾼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장님들은 양심을 지키면서 영업 중이다.
문제는 거의 완벽하게 위·변조한 신분증을 제시한 청소년들의 '계략'에 빠져 술을 팔게 되는 경우다.
억울하게 속아서 술을 판 경우에도 예외없이 영업정지 처분을 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
이런 경우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지만, 현행법상 처벌을 면하게 해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분증을 교묘하게 위변조했거나 얼굴이 비슷한 가족의 신분증을 제시해 누가봐도 속을 만했다고 인정되는 경우 처벌을 면할 수 있는 '예외조항'이 있다.
지난 2016년 3월 개정된 청소년보호법은 검찰이 불기소 처분하거나 법원이 선고유예 판결할 정도로 음식점 업주가 속을 만했다는 사정이 참작되면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A씨의 친구의 경우에도 청소년들이 악의적으로 술집 사장을 속이려고 교묘하게 꾸민 일이라는 사실이 인정된다면 영업정지와 과징금을 면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해당 게시글은 공개된 이후 490여건의 추천과 140여건의 댓글이 달리면서 "사기를 친 사람보다 사기를 당한 사람을 처벌하는 이상한 나라", "일반인들이 위조한 것을 어떻게 쉽게 구분할 수 있냐" 등의 반응이 쇄도했다.
이유리 기자 yuri@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