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스켈레톤 황제' 윤성빈이 평창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 뜨자 각국 선수들과 코치진들이 그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어떻게든 윤성빈의 주행을 분석하려는 코치진들은 그의 동작 하나하나를 카메라에 담았고, 결국 윤성빈은 전략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지막 주행연습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13일 오후 3시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는 스켈레톤 선수들의 3~4차 주행 연습이 진행됐다.
앞서 윤성빈은 1, 2차 연습을 모두 빠졌다. 이미 3백번 넘게 평창 코스를 반복한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전략노출을 가장 우려했다.
아니나 다를까. 윤성빈이 경기장에 떴다는 소식에 각국 코치진들과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들의 손에는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다.
특히 '악마의 구간'이라 불리는 9번, 10번 커브에 가장 많은 코치진들이 몰렸다. 이들은 윤성빈의 주행 하나하나를 포착하기 위해 카메라 촬영에 집중했다.
이날에만 40여명의 코치진들이 윤성빈에게 따라붙은 것으로 확인됐다.
때아닌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연습에 돌입한 윤성빈은 본 실력을 거의 발휘하지 않았다. 개인기도 없었다. 스타트도 설렁설렁 뛰어 5.01초, 전체 20위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윤성빈은 최종 주행에서 2위에 올랐다. 윤성빈은 "부담되거나 긴장되는 건 전혀 없었다. 재밌었다"는 한 마디를 남기고 경기장을 떠났다.
'스켈레톤 황제'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그의 주행코스를 1초 단위로 분석하는 외국 코치진과 선수들만이 남아 있었다.
윤성빈은 내일(15일) 본경기에 앞서 오늘 예정된 5~6차 연습주행도 건너뛴다. 자신의 주행을 교본으로 삼을 외국 선수들을 견제하고,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서다.
또 윤성빈은 "다행히 코스가 특별히 달라진 게 없고, 1월에 탈 때랑 느낌이 완전 흡사해 굳이 연습을 안 해도 될 거 같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스켈레톤 천재' 윤성빈은 10년 가까이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가 차지하고 있던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빼앗고 정상의 자리에 올라 있다.
만약 윤성빈이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딴다면 한국 썰매 역사상 첫 메달이 된다.
가뿐히 금메달을 챙겨오겠다는 윤성빈의 스켈레톤 경기는 15일 오전 10시 강원도 평창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