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헌법상 북한의 국가 수반인 김영남(90)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게 깍듯이 예의를 갖추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 상임위원장을 대표로 하는 북한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고위 대표단은 9일 오후 1시 46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고위 대표단은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으로 구성됐다.
이날 대표단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전용기인 '참매-1호'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고, 도착 후에는 공항 귀빈실로 이동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는 천해성 통일부 차관, 남관표 청와대 안보실 2차장도 동석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장면이 포착됐다. 바로 김 상임위원장이 소파에 앉기 전 순간.
귀빈실에 먼저 입장한 김 상임위원장은 소파 쪽으로 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잠시 뒤 김 제1부부장이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귀빈실에 들어오자 그제야 김 상임위원장은 소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김 상임위원장은 소파 앞에서도 바로 앉지 않았다. 김 제1부부장이 소파에 앉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상임위원장은 김 제1부부장에게 상석을 가리키며 먼저 앉으라고 권했고, 그러자 김 제1부부장은 옅은 미소와 함께 상석 옆자리에 앉겠다며 "먼저 앉으시라"고 다시 권했다. 결국 조 장관의 맞은편인 상석에는 서열대로 김 상임위원장이 앉았다.
북한의 실세가 누구인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1928년생으로 올해 나이 90세인 김 상임위원장은 헌법상 북한의 국가 수반이며 김정은 위원장에 이어 북한 권력 서열 2위로 평가받는다.
그런 그가 김 제1부부장에게 깍듯이 예의를 갖췄다는 것은 실질적 권력이 김 제1부부장에게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김 제1부부장은 공식 권력 서열에서는 김 상임위원장보다 한참 낮지만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지는 '백두 혈통'의 직계로 실질적 권력은 물론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소통하는 권한을 가진 인물이다.
그렇기에 이번 장면은 힘의 역학 관계가 여실히 드러난 순간이었으며, 북한 고위 대표단의 '진짜' 대표는 김 제1부부장이란 것을 알게 해줬다.
한편 조 장관과 20여분간 환담을 가진 고위 대표단은 KTX를 타고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평창으로 이동,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리고 내일은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