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공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가운데,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 5일 서울고등법원은 이날 오후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자유의 몸이 됐다.
앞서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됐으며 지난해 8월에 열린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가 대부분 무죄라고 판단하고 삼성이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게 송금한 36억의 뇌물죄만 인정했다.
36억의 뇌물 공여 사실이 인정됐음에도 사실상 무죄를 선고한 해당 판결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뜨겁게 달궜다.
특히 라면 1만원여 어치를 훔친 20대 남성에게 실형을 선고한 과거 판례와 비교되며 누리꾼 사이에서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4월 재판부는 한 마트에 침입해 진열대에 있던 라면 24개(1만 6천원어치)를 훔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이 누범 기간에도 자숙하지 않고 범죄를 저질렀다"며 "조사를 받은 후 종적을 감춘 점 등을 참작했다"고 실형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서민은 라면 몇 개만 훔쳐도 감옥 가는데 재벌은 더 큰 죄를 저질러도 석방되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법원 부장판사를 파면해달라는 국민청원이 게재되기까지 했다.
'정현식 판사의 판결에 대한 특별 감사를 청원한다'는 제목으로 게재된 국민청원은 지난 5일 시작된 지 하루 만에 10만 9천여 명이 참여했다.
법조계에 종사하는 변호사들 또한 이 부회장의 판결에 대해 정의가 훼손됐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6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 부회장 항소심 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은 법리나 최종판단, 양형 모두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같은 비난 여론과 상관없이 자유의 몸이 된 이 부회장은 오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통해 공식 일정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6일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간담회에 참석한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 부회장이 평창에 가느냐는 질문에 웃으며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웃는 의미는 간다고 해석해도 되겠느냐"라는 기자들의 반응에도 부인하지 않으며 이 부회장이 평창 올림픽에 참여할 여지를 남겼다.
황효정 기자 hyojung@insight.co.kr